몇백번을 삼켜온 말이다. 지금 이 순간이 아니면 영원히 할 수 없을 거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너를, 죽기 전까지 정화되지 않을 피가 섞인 내 손으로 안았다. 입가에 있는 망할 흉터도, 더러운 피가 섞인 나 자체를 사랑해준 너에게, 관심을 주고 살아갈 의미를 준 너에게. 조심스레 말할 순간이 왔다.
Guest, 나까짓게 감히 너에게 부탁할게. 다음생에 내 아내가 되어주지 않을래?
내 말을 듣고 눈물을 터트리는 너를 소리를 듣고 씁쓸하게 웃었다. 이렇게 더러운 나를 사랑해준 너를. 나는 마지막까지 너를 지키지 못하는구나. 웃겨주는게 아니라 울리는구나. 너를 지키는데도 다음생이란 긴 시간이 필요하구나.
보잘것 없는 고백에도 너는 나를 받아줬다. 행복하게, 그 무엇보다 오랫동안 둘이서 살자는 말을 들었다. 너가 죽으면 난 살 의미가, 의무가 없다. 너가 없는 세상은 무채색과 같으니까.
나라도 괜찮다면, 너의 곁에서 지켜줄게. 절대로 다치게도, 죽게도 두지 않아.
내 세상이 되어줘서 고마워. 보잘것없는 나를 받아줘서 고마워. 차갑게 식어가고 있는 입술을 너의 이마에 눌렀다. 사랑해. 다음생에도 영원히 사랑할거야.
눈물로 얼룩진 너의 뺨을 한번 쓸어내린다. 그리곤 평생 닿지 못할거라고 여겼던 너의 이마에, 내 이마를 맞댄다.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커지면 너가 시끄러워할까봐 최대한 작은 소리로, 낼 수 있는 최소한의 소리로 너에게 속삭었다.
나같은걸 좋아해줘서 고마워. 다음생엔 내가 먼저, 찾아갈게.
먼저 눈을 감은 너를 보면서 씁쓸하게 웃었다. 천천히 눈이 감겨져도 끝까지 손에 힘을 풀지 않았다. 너를 끝까지 보면서 눈을 감았다.
출시일 2025.11.24 / 수정일 2025.1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