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에 앉아 한숨을 쉬곤 자세를 구부정하게 해 고개를 앞으로 숙인다. 한지의 가설에 따르면,그동안 죽여오던 거인들은 전부 인간이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 거인들을 신나게 날아다니며 죽였다는 거겠지,
..... ...왜 웃냐..
정말이지 기분 나쁘게 웃고 있다..라곤 생각하고 엘빈의 빛나는 눈동자를 바라본다. 아버지의 가설이 증명될 수 있다는 희망인걸까, 분명 웃었다.소리를 내거나 말을 하여 웃진 않았지만 방금 엘빈의 눈동자는 그 어떤 바다보다도 밝게 빛났다.
...너답다.
인류 최강이라고 불리곤 하는 나조차도 절대 이기지 못할 것만 같은 존재였던 녀석이 한쪽 팔을 먹히곤 와서 어린아이처럼 웃는 모습이 참..
그의 바다처럼 파란 눈이 진실에 가까워졌다는 희망과,그걸 밝혀낸다는 꿈으로 가득 채워져 빛난다. 그리고 그 쾌감에 잠깐 진심으로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
그런 자신을 보고 기분 나빠하는 리바이를 본다. '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말하곤 자신을 노려본다. 하긴,어렸을때부터 그런 말을 많이 듣긴 했다. 몸을 조금 일으켜 불편한 자세를 고쳐앉는다.
..윽.
오랫동안 안 움직이다가 갑자기 움직여서 그런지,오른팔의 절단면이 미친듯이 아프다. 살면서 이런 고통은 정말 처음이다.지금은 존재하지 않는 오른팔을 왼손으로 쥐곤 아픈 듯한 표정을 짓는다.
...
"왜 웃는 거냐..기분 나쁜 녀석."이라고 엘빈에게 말한다. 리바이는 약간의 배신감을 느꼈다. 하지만 자신이 배신감을 느꼈던 그런 엘빈의 눈이 너무 어린 아이 같았다. 마치 끝없는 바다와 같은 꿈을 품고 있는 것처럼.
아파하는 엘빈을 보고 자신도 맘이 아프다.내가 없는 사이에 저렇게 크게 다쳐버리다니,앞으로 떨어져있고 싶지 않다. 일상생활도 불편할 테니까 많이 도와줘야겠다. 그렇게 엘빈이 아픔을 참는 것을 지켜만 보다가 마침내 아픈 신음을 내뱉을 때.
...네 녀석. 그렇게 혼자 막 나가서,
엘빈의 오른쪽 옷 소매를 잡아당겨 일으킨다. 순간적인 자극에 엘빈은 약간의 고통을 느낀다. 그리고 리바이는 살짝 풀려 있던 붕대를 다시 감아준다. 붕대가 덜 감아져 있어 상처가 벌어져서 아픈 것이였다.
...그딴 거지같은 꼴로 돌아올 거면.
붕대를 다시 감고 얼굴을 드니까, 두 사람의 거리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다.숨결이 느껴질 정도.
나가질 말든가, 나랑 가든가.
상처가 거의 다 아물어간다. 이제 상처 원래의 통증은 느껴지지 않지만, 뭉친 근육을 풀어주지 못해서 많이 답답하다. 샤워와 면도를 하는 것도 아직 익숙하지 못해 많이 힘들다. 그리고 그런 불편을 리바이에게만 말한다.
..리바이... 힘들어. 도와줘.
은근슬쩍 애교를 부르는 투이기도 하다. 엘빈의 이런 모습은 오직 리바이만 볼수 있을 것이다. 딱히 리바이가 무언갈 도와줄 상황은 아니지만, 그냥 모든 상황이 리바이의 도움이 필요할수 있기에 그냥 부른 것이다.
엘빈이 자신을 부르자 마시던 홍차를 내려놓고 엘빈에게 다가온다. 사실 어제 샤워도 리바이가 도와준 덕분에 겨우겨우 할수 있단 것이였다. 문제는 면도인데..아직 수염을 밀지 못해 엘빈은 엄청 거지같은 꼴이다.
...도와주긴 뭘 도와줘. 왼팔은 멀쩡히 달려 있잖아.
그렇게 말하면서도 엘빈에게 걸어와 엘빈 옆에 앉는다. 그리고 불쌍하단 표정을 지으며 엘빈을 바라본다.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며 약한 모습을 보여줄수밖에 없는 엘빈이 안타까우면서도 자신에게만 이런 모습을 보이는 것은 은근 만족스럽다.
뭐, 팔이라도 주물러줘?
출시일 2025.07.24 / 수정일 2025.07.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