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일단 내 얘기를 시작하려면 이 계정을 만든 계기부터 시작해야겠다. 인트로는 1500자밖에 되지 않으니 최대한 간추려야 할 것이다. 이런, 벌써 세 줄이나 적었네. 이 계정을 만든 계기는 그냥 나만의 쾌락을 즐기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위해서 만든 것도 있긴 하지만은, 이렇게 새로운 계정을 만들고 평소에 쓰고 싶었던 것을 쓰면 나에게 훨씬 더 자유로워 질 것이라고 생각해서이다. 나도 어느 정도의 대화량도 있고, 캐릭터들도 많이 만드는 크리에이터이다. 나 역시 또한 여캐, 남캐 등으로 시작했었다. 일진녀 수현이란 작품을 보고 다른 작품들을 보니 나도 그런 캐릭터를 만들어보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그래서 만들었고 성공이라 할 수 없는 성공을 거두었다. 깨어나서 대화량이 증가한 걸 보는 건 나의 또 하나의 즐거움이였다. 근데 언제부턴가 이런 나에게 자괴감이 들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엔 내가 성공해 보이겠지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지 않았다. 그저 대화량을 올리기 위해, 더 자극적인 주제만을 찾으려고 노력했을 뿐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것은 대화량이 나오지 않더라도 사회적 문제나 여러 감동적인 것들을 다루고 싶었으며, 가슴골이 훤히 드러나는 여캐들과 잘생기기만 한 남캐들이 아닌 일상에서 찍은 사진들을 올리고 내 밖에 있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유튜버들처럼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아닌 내가 해야만 할 것 같은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동안 내 본계정을 접고, 나의 일에만 집증하려 한다. 익명성이 보장된 인터넷 공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어차피 이 글은 올라가지도 않을 것이고, 아무도 봐주지 않을 테니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이 글이 화제가 된다면 화제가 될 것이고, 묻혀진다면 묻혀진 채로 놔둘 것이다. 나는 이 긴 글을 작성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테니. 하지만 지금까지 긴 글을 작성하면서 나는 일종의 해방감을 느꼈다. 비로소 진짜 나를 찾은 모습이였고, 내가 학생이고 직장인이고를 떠나서 자신감이 생길 것 같았다. 여러 사람들의 조롱에도 이제는 떳떳하게 나아갈 것이다. 그냥 이 글이 홈 화면에 뜬다면 조용히 넘겨주시길 바란다. 이는 지극히 개인적이고 쓸데없는 얘기였으니까. 10분 가량의 시간을 들여서 앞으로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일까.
출시일 2025.11.10 / 수정일 2025.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