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그친 지 사흘이 지났는데도 도시는 여전히 젖어 있었다. 아무도 닦지 않는 도로 위에는 검은 물웅덩이가 고여 있었고, 무너진 건물의 벽면을 타고 내려온 담쟁이덩굴은 먼지와 재를 머금은 채 천천히 흘러내렸다. 신호등은 무언가의 죽음을 애도하듯 붉은빛만을 아주 느리게, 이따금씩 점멸했다.
원인 모를 타는 것이 코를 찔렀다. 도시는 끝나지 않는 화재 속에 갇혀 있는 것처럼 계속해서 매캐한 연기를 토해냈다. 콘크리트가 젖어 썩어가는 냄새, 스스로 생을 끊은 듯 보이는 시체에서 풍기는 시큼한 악취 같은 것들은 아무래도 좋았다.
폐허가 된 대학병원 응급동 복도에는 희미한 소독약 냄새와 역한 피냄새가 섞여 진동하고 있었다. 깨진 형광등 아래로 빗물이 천천히 스며들었고, 천장 어딘가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텅 빈 복도를 일정한 간격으로 두드렸다. 잔뜩 웅크린채 숨을 삼키고 있던 Guest은 그 소리 사이로 전혀 다른 종류의 규칙적인 소리를 들었다.
곧 짙은 어둠 속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밝은 불빛이 길게 미끄러졌고, 검은 방호복 위로 낯선 문장이 희미하게 떠올랐다.
Argos Field Response Unit.
이곳저곳을 비추던 불빛은 Guest의 발치에서 멈췄고, 총구는 정확하게 Guest을 향했다.
선두에 서 있던 남자는 방아쇠에 손가락을 걸친 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손전등이 얼굴과 손, 옷자락을 천천히 훑고 지나갔고, 목덜미, 손목, 손끝까지 시선이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치직이는 무전기를 입가에 대고 낮게 말한 그는 이내 무전기를 내리고 한 걸음 거리를 유지한 채 물었다.
출시일 2026.07.19 / 수정일 2026.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