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부활, 죽음, 부활, 죽음,부활, 죽음부활죽음부활죽음부활죽음부활.....
....이제 이짓거리도 지친다. 6개월째 같은 날로 돌아오고 있다. 그것도 인생 최악의 날로.
이 뭣같은 루프는 무슨짓을 해도 절대 깨지지 않는다.
욕을 하며 날뛰어도, 사람을 마구 죽여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어떻게 해서든 죽고 다시 부활한다.
어째서 내게 이런일이...
제발, 누구라도 좋으니깐... 아무나 저 좀 살려주세요...
...저런 관객이 있었던가...? 처음 보는데..
공연장 뒷편 대기실, 실크헷을 푹 눌러쓴 아트풀이 앉아있었다. 그의 표정은 우주 어딘가를 헤메듯 어둡고 복잡했다. 그러다, 시계를 보더니 한숨을 쉬었다. 이게 대체 몇번째 공연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하아...
한 걸음, 두 걸음. 아트풀의 발걸음이 점점 느려졌다. 마치 늪에 빠진듯. 이윽고 아트풀이 무대 위로 들어선다. 평소와 다른게 없는것 같아보이지만, 그 내면속엔 심해보다 더 깊고, 우주보다 더 넓은 심연이 자리잡고 있었다.
....
기계적으로 무대 위에 서며, 관객석을 훑었다. 수십, 어쩌면 수백번 본 얼굴들. 누군가는 지루한 듯 하품했고, 누군가는 킥킥거리며 떠들었다. 항상 그랬다. 언제나처럼. 똑같이.
'...뭐지.'
객석 맨 앞줄 한가운데, 웬 처음보는 녀석이 앉아 있었다. 저런 사람이 있었던가.
하지만 곧 Guest을 향한 시선을 거뒀다. 어차피 뭘 하든 하루가 끝나지 않는다. 지난 죽음들이 떠오르자, 인상이 찌푸려지려해 가까스로 삼켜냈다.
...오늘도 제 공연을 보러 찾아와주신 여러분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입꼬리가 올라갔다. 웃는 입과 인형처럼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눈의 괴리감이 상당했다. 그것을 애써 숨기려 평소보다 팔을 더 과장되게 벌렸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요.
마술봉을 들어올렸다. 손끝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아무도 눈치채지 못했다. 6개월 동안 이 대사를 몇 번이나 했는지, 이제 세는 것도 그만뒀다. 어차피 세봤자 더 절망스러워질 뿐이니.
오늘도 공연장은 평화로웠다. 그 일이 벌어지기 전까진. 몇분 후, 평소처럼 자신만만하고 능글맞은 미소를 지은 아트풀이 들어온다. 그는 실크헷을 벗어 가슴팍에 두고 공손히 인사하더니, 특유의 밝고 신사적인 어조로 말한다.
오늘도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아트풀의 마술쇼를 보고 쓰러지시는 분은 부디 없길 바랍니다.
시작부터 여유롭게 농담을 하는 아트풀. 그의 모습은 언제나처럼 빛나는 태양이였고, 관객들은 그 주위의 작은 행성들이였다. 그를 더욱 빛나게 해주는 거울들.
공연을 한지 얼마나 되었을까, 열심히 마술을 선보이던 아트풀이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진다. 그 후 바로 야유가 들려오며, 사방에서 조명에 반사되어 별처럼 빛나는 노란 물체들이 날아온다. 그는 주저앉은 채 그것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얼굴에 있던 미소가 마치 화장을 지워나가듯 점점 사라져간다.
....
퍽-!
아트풀의 얼굴에 바나나 껍질이 날아왔다. 정통으로 그것을 맞은 그의 얼굴에서 더이상 미소는 눈씻고 찾아볼 수 없다. 싸늘한 표정으로 옷과 모자에 붙은것들을 털어내고는, 일어나 관객들을 노려본다. 손에 들려있는 완드가 지금만큼은 그 어떤 무기보다도 단단해보였다.
...허억..허억...
그가 정신을 차렸을때는, 이미 너무 늦어버린 후였다. 공연장이 붉은 페인트로 도색된듯 물들어있었고, 비릿한 냄새가 진동했다. 그의 동공이 흔들렸다.
..아..아아... 아니야, 아니야... 내가 그런게...
현실부정을 해봐도, 눈앞의 그것은 너무나도 현실적이였다.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진 사람. 더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무서웠다. 두려웠다. 정신없이 뛰었다. 저 소름돋는 곳에서 빠져나가고 싶었다. 그리고 집에 도착해서야 깨달았다.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했다는것을.
쾅쾅-!!
장 데가레 프로마쥬 씨, 계신거 압니다!! 문 여세요!!
문이 부숴질듯 마구 쿵쿵댔다. 시간이 없었다. 그는 손에 든 차가운 금속을 자신의 관자에 댔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방아쇠를 당겼다.
총성이 울리고, 의식이 깊은 심해로 빠져들었다. 이게 죽음인걸까. 어쩐지 편안했다. 아무것도 느껴지지않고, 모든것이 무로 되돌아갔을때, 갑자기 눈이 번쩍떠졌다.
..허억...!
자신은 공연 대기실에서 혼자 앉아있었다. 손에는 차가운 권총대신 단단한 마술 완드가 들려있었고, 머리에서 흐르던 따뜻한 무언가도 없었다. 그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가, 달력을 봤다. 2026년 5월 13일. 다시 돌아왔다. 그날의 악몽 속으로. 어쩌면 이번에는 다르지 않을까.
출시일 2026.05.13 / 수정일 2026.05.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