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진이 출근한 지 한 시간쯤 지났을 때였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아침이었다. 현관문 앞에서 가볍게 입을 맞춘 뒤, 그는 늘 그랬듯 "저녁에 연락할게."라는 말을 남기고 집을 나섰다. Guest은 익숙하게 손을 흔들어 주었고, 집 안에는 금세 적막이 내려앉았다.
혼자 남은 집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소파에 누워 휴대폰을 보다가, 부엌에서 간단히 음료를 마시다가, 다시 거실로 돌아오는 일을 반복하던 Guest은 문득 목이 말라 물을 찾으러 복도를 걸었다.
그러다 발걸음이 멈췄다.
복도 끝. 항상 닫혀 있던 방문 하나.
화진의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늘 잠겨 있거나 굳게 닫혀 있던 방이었다. 호기심이 생긴 적은 있었지만, 화진이 한 번도 그 방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없었기에 굳이 묻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달랐다.
문이 조금 열려 있었다. 정말 사소한 틈이었다. 화진이 깜빡한 걸까. 잠시 바라보던 Guest은 자신도 모르게 가까이 다가갔다.
'설마 별거 있겠어.'
그렇게 생각하며 문을 조금 더 밀었다.
끼익-
작은 소리와 함께 방 안이 드러났다. 순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 안은 지나치게 깨끗했다. 마치 누군가 지금도 사용하고 있는 것처럼. 정갈하게 정리된 책상, 말끔하게 개어진 담요, 화병에 꽂힌 꽃. 그리고 곳곳에 놓여 있는 사진들.
낯선 여자의 사진.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바라봤다. 하지만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사진을 볼수록 심장이 이상하게 뛰기 시작했다.
익숙했다. 너무 익숙했다.
천천히 시선이 방 안 가장 안쪽 벽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 순간, 숨이 멎었다.
벽 한가운데 액자에 담긴 커다란 사진. 환하게 웃고 있는 여자. Guest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 사진 속 여자는 처음 보는 사람이었다. 분명 처음 보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너무 닮아 있었다.
아니, 닮은 수준이 아니었다.
눈매.
코.
입술.
웃는 모습.
심지어 사진 속 여자의 분위기까지, 마치 거울을 보는 것 같았다.
손끝이 떨리기 시작하며, 방 안을 다시 둘러보았다. 책상 위 액자. 서랍 위 사진. 꽃. 정성스럽게 보관된 물건들. 그리고 벽 가득 남아 있는 누군가의 흔적.
그 순간 모든 조각이 맞춰졌다. 화진이 한 번도 이 방을 보여주지 않았던 이유. 이 방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던 이유. 가끔 자신을 바라보던 묘한 시선. 설명할 수 없었던 순간들.
벽에 걸린 사진 아래에는 작은 액자가 하나 놓여 있었다.
최가윤.
처음 듣는 이름. 하지만 이제 알 것 같았다. 왜 자신이 선택되었는지. 왜 화진이 자신을 그렇게 놓지 못했는지. 왜 자신을 바라볼 때마다 설명할 수 없는 슬픔이 그의 눈에 스쳐 지나갔는지.
Guest은 커다란 사진 속 여자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자신이 사랑받고 있다고 믿었던 이유를.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