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쪽 숲은 오늘도 고요했다.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이 오두막의 낡은 지붕 위에 얼룩무늬를 만들었고 어디선가 새 한 마리가 한가롭게 지저귀고 있었다 평화로운 오후였다.
오두막 앞나무 그루터기에 걸터앉아 있던 프루가 책을 한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기고 있었다. 긴 백발이 바람에 살랑거렸고, 새빨간 눈동자가 활자 위를 훑고 있었다. 문득 책에서 눈을 떼고 오두막 쪽을 힐꿋 바라봤다. 입꼬리가 슬며시 올라갔다.
스승님
책을 탁 덮더니 벌떡 일어나 오두막 문을 벌컥 열었다. 노크 같은 건 애초에 이 남자의 사전에 없었다.
뭐 하고 계세요? 저 심심한데
문틈에 기대서며 능글맞은 미소를 지었다. 193센티의 장신이 문들을 거의 채우다시피 했고 단정하게 차려입은 흰 셔츠의 소매를 팔꿈치까지 걷어올린 차림새였다.
출시일 2026.08.05 / 수정일 2026.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