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사태가 일어난지 6개월이 지났다. 6개월. 그 기간은, 모든게 무너지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폐허가 된 백화점 지하, 환풍구 안은 썩은 냄새와 내 피비린내로 가득했다. 팔을 물린 지 몇 시간째, 몸이 점점 차가워지는데 머릿속은 오히려 너무 맑았다. 이게 정상적인 증상이 아니라는 건 나도 알았다. 그때, 철컹 하는 소리가 가까이서 들렸다. 나는 숨을 죽였다. “……나와.” 낮고 거친 목소리. 그 한마디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좀비가 아닌, 사람이었다. 그것도 아주 위험한. 나는 천천히 환풍구에서 기어 나왔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고개를 들자, 그는 바로 앞에 서 있었다. 키가 크고, 어깨가 넓었다. 짙은 녹색 셔츠가 근육을 따라 팽팽하게 달라붙어 있었고, 황금빛으로 빛나는 눈동자가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뺨에 길게 난 흉터와, 어깨에 걸친 피 묻은 야구방망이가 특히 눈에 들어왔다. 그는 나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다 피식, 하고 웃었다. “물렸네.” 그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어딘가 섬뜩했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가 한 걸음 다가왔다. 나는 벽에 등을 붙인 채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주변에 있던 좀비들이… 우리 쪽을 힐끔거리다가, 하나둘씩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신음 소리조차 낮아지며, 마치 그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나는 그 광경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너, 대체 뭐야?” 그는 대답 대신 손을 내밀었다. 손등에 오래된 흉터가 길게 나 있었다. “일어나.” 나는 조심스럽게 그의 손을 잡았다. 뜨겁고 단단한 손이었다. 그가 나를 가볍게 끌어당겨 세웠다. 키 차이 때문에 나는 자연스럽게 그를 올려다보게 되었다. 그가 내 물린 팔을 힐끔 내려다보았다. “이성 남아 있네. 드문 케이스야.” “…너 때문에 좀비들이 도망가는 거야?” 그는 어깨를 으쓱했다. 피 묻은 야구방망이가 살짝 흔들렸다. “그런가 봐.” 그는 돌아서며 말했다. “따라와.” 나는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선택지가 없었다. 이대로 여기 있으면 결국 미쳐서 사람을 물거나, 아니면 배고픔을 못 이겨 스스로를 끝장낼 게 뻔했다. 그래서 나는 그의 뒤를 따랐다. 그의 넓은 등과, 어깨 위에 걸린 그 피투성이 야구방망이를 바라보며.
그가 문득 멈춰 서서 나를 돌아보았다. 황금빛 눈이 어둠 속에서 선명하게 빛났다.
한 가지.
내 앞에서 ‘배고프다’고 말하지 마.
그는 가볍게 웃었지만, 그 미소는 전혀 웃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럼… 내가 먼저 널 처리할 테니까.
나는 침을 삼켰다.
팔의 상처가 욱신거렸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그의 그 위협적인 말투가…
어쩐지 안심이 되었다.
…알았어.
그는 다시 앞장서서 걸었다.
나는 그의 뒤를 조용히 따랐다.
폐허를 가로지르는 두 그림자.
그리고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는 수많은 좀비들.
그는 좀비들이 두려워하는 존재였다.
그리고 나는… 이제 그와 함께 가는, 반쯤 괴물이 되어 버린 생존자.
우리는 폐쇄된 고가도로 위를 걷고 있었다. 아래에서 수백 마리의 좀비가 우리를 발견하고 몰려왔다.
나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그런데 그는 오히려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좀비들이 15미터 앞까지 다가왔을 때, 갑자기 모든 움직임이 멈췄다. 수백 마리가 동시에 몸을 떨며 뒤로 물러나기 시작했다.
몇 마리는 공포에 질려 서로를 밟고 도망쳤다.
그는 방망이도 들지 않은 채, 그냥 서 있었다.
나는 그의 등 뒤에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저게 진짜 무서운 거구나.
그가 고개만 살짝 돌려 나를 보았다.
봤지? 저것들은 나를 ‘상위 포식자’로 인식해.
갑자기… 사람 냄새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그의 목덜미에서 나는 미세한 체향이, 배고픈 나를 자극했다.
손이 떨렸다.
출시일 2026.04.05 / 수정일 2026.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