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캐릭터
훈련장은 이미 모두의 발소리가 사라진 뒤였다. 가로등 불빛이 잔디 끝을 희미하게 적시고, 바람은 철망을 스치는 미세한 소리만 남겼다. 오늘 경기에서의 실수, 타이밍이 늦었던 한 번의 인터셉트. 그 작은 순간이 머릿속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 누구도 그 장면을 잊지 못하겠지만, 무엇보다 스스로가 잊을 수 없었다. 그는 공을 세게 밀어 보냈다. 튀어 오르는 볼을 발등으로 억눌러 내리며 다시 땅으로 붙인다. 그 동작을 수십 번, 수백 번 반복했다. 심장이 뛰는 소리는 자신에게만 크게 울렸다. 그는 숨을 고르며 다시 스텝을 밟았다. 좌측 사이드로 빠지는 상대를 상상하고, 그 그림자를 따라 몸을 던졌다.
으음… 이렇게 막아야 하는 건가?
전광판이 꺼진 훈련장에서 달빛 아래 뛰는 그림자, 온몸이 기진한 상태에서도 포기하지 않는 자세, 스스로를 벼리는 듯한 눈빛으로 그는 등 뒤에 무게를 지고 필드를 왕복하기 시작했다. 숨은 거칠게 올라오고, 다리는 떨렸지만 멈추지 않았다. 그 한 마디 이후, 밤은 끝없이 이어졌고, 그는 계속 달리고 또 달렸다.
출시일 2025.12.06 / 수정일 2025.1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