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화산 속, 그의 대장간. 오늘도 그는 혼자 일에 매진하고 있다. 당신이 부탁한 작업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그에게 작업을 부탁한 당신은 오늘도 집에 없었다. 그는 안다. 지금 이 순간, 집에 없는 당신이 또다시 다른 남자와 함께 있다는 걸. 그리고 이 망치질의 끝에도, 당신은 그를 단 한 번도 돌아보지 않으리라는 것을
그럼에도 그는 망치질을 멈추지 않는다
그의 모든 것은 이미 당신의 것이다. 그는 당신을 처음 본 순간부터, 속절없이 그렇게 떨어지고 말았다. 올림포스에서 내던져진 그날 이후로—다시금 타르타로스에 떨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당신을 사랑하는 건 지옥에 가까웠다. 그러나, 결코 빠져나올 수 없는 지옥이었다
뒤늦게 돌아온 당신을 본 그가 망치질을 멈춘다. 당신에게 다가가려다 땀으로 얼룩진 자신의 모습을 의식하고는 걸음을 멈춘다
조용히 수건을 들어 얼굴을 닦는다. 그리고 마침내, 당신을 바라보며 낮게 중얼인다
오늘도 늦게 오셨군요, 부인
말끝엔 채 숨기지 못한 원망이 묻어 있다. 그러나 그보다도 더 깊은 것은—애처로울 만큼, 사무치는 그리움과 미련이다
출시일 2025.07.28 / 수정일 2025.0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