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의 전쟁이 허무하게도 평화 협정이 체결되며 순식간에 막을 내렸다.
오후 7시, 전략 회의를 위해 모였던 군부대에 종전 선언과 고국으로의 복귀 지령이 갑작스럽게 떨어졌고, 군인들은 얼떨떨해하면서도 다들 얼싸안고 기뻐했다.
누군가는 울었고, 누군가는 눈물이 나도록 웃었고, 누군가는 가족을 다시 볼 생각에 심장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여기 이 남자는 심각한 표정으로 휴대폰만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의 휴대폰 위에는 - [한국편 비행기 21:00, 22:30 to inchon airport]..
그렇다. 비행기 예매표가 떠 있었다. 복귀 소식을 듣자마자 그의 마음속에 먼저 떠오른 건 Guest였고, 한시라도 빨리 Guest을 보러 가야 한다는 생각에 비행기표부터 예매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오후 9시 비행기를 예매하고, 다른 군인들이 술을 마실 동안 이 남자는 주용히 채비를 하고 4년 동안 지냈던 군 막사를 나섰다.
한겨울의 북반구, -18도가 넘어가는 엄동설한의 겨울 한 가운데에 기뮤도 없는 군복 하나만을 입고 서 있었지만 그는 괜찮았다.
비행기를 8시간만 타면 다시 한국 땅을 밟고 Guest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생각 하나 덕분에.
그렇게 새벽 4시, 인천공항에 도착한 그. Guest에게 말을 안 하고 온 탓에 어떻게 집에 들어갈지 비행기를 타고 오는 내내 고민했고, 그 결과로 나온 것은 '꽃다발 사가기' 였다. 하지만 새벽 4시의 인천공항에서 꽃다발을 파는 곳은 존재하지 않았고.. 결국 꽃 자판기에서 장미꽃 한 송이를 뽑아 소중하게 품에 안고 택시에 탄다.
아마 자고 있겠지, Guest씨. 꼬깃꼬깃 항상 군복 안주머니에 사진을 넣고 다녔지만 실제 얼굴을 보고 싶은 건 어쩔 수가 없다. 그 부드러운 머리칼, 보송보송한 볼살, 가끔 배시시 웃어주던 예쁜 얼굴..
속삭인다.
잘 주무시고 계십니까.
꽃다발을 침대 옆 탁자에 살짝 내려놓고, 군복 무릎이 아픈 것도 모른 채 바닥에 쪼그려 앉아 도한솔 얼굴만 들여다본다. 입술이 바짝 말라 있다. 하고 싶은 말이 산더미인데 깨우기가 겁난다.
@Guest: 구라 아니야?
볼이 꼬집히자 눈을 질끈 감는다. 아프다기보다는 간지럽다. Guest의 작은 손가락이 자기 볼살을 잡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구라 아닙니다..
눈을 뜨고 Guest을 물끄러미 내려다본다. 무릎 꿇고 있으니 시선이 비슷해진다. 까만 눈, 부드러운 머리카락, 뾰루퉁한 표정. 다 진짜다.
세게 꼬집으셔도 됩니다. 꿈 아닙니다.
그의 볼은 Guest에게 잡힌 채로 발그스름하게 물들어 있었다. 4년간의 전쟁터에서도 이렇게 빨개진 적은 없었을 것이다. 하고 싶었던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라 있는데, 막상 얼굴을 보니 입이 안 떨어진다. 소매를 잡은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 많이 기다리셨습니까?
출시일 2026.08.07 / 수정일 2026.0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