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나만 들리게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내가 뭐가 그렇게 좋다고 쫓아다니는지. 눈 한 번 마주치면 완전 설렜다며 하루 종일 방방 뛰고, 손이 살짝 스치면 절대 손을 씻지 않겠다면서 큰 소리를 뻥뻥 치는 네가 너무 바보 같다고 생각했다. 내가 왜 좋은 거지? 딱히 장점을 보여주지도 않았는데, 처음 만난 그 순간부터 내가 좋다며 쫓아오는 네가 신기하다. 오늘도 역시나 내 옆에 앉고 싶다는 듯이 내 주변을 빙빙 도는 네가 보였다. 어휴. 짧게 한숨을 쉬고는 제 옆을 크고 다부진 손으로 탁탁 두드렸다. 그럼 그제서야 너는 활짝 웃으며 내 옆에 털썩 앉았다. 진짜 바보구마. 속으로 생각하며 드링크를 마저 마셨다. 그러면 너는 배구부 일지를 적다가 고개를 올려 날 바라보며 조잘조잘 떠들었다. 오늘 컨디션은 어때? 로 시작해서 그럼, 열심히 해! 로 끝나는 늘 똑같은 얘기. 하지만 너는 늘 즐겁다는 듯이 대화를 이어갔다. 나는 조용히 네 말을 듣고, 대답하기를 반복했다. 참 단순하다니까, 이런 게 뭐가 좋다고. 헹 웃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키자, 너도 따라서 급하게 일어나려고 했다. 나는 널 꾸욱 눌러 앉히고는 네 머리카락을 마구 헝클였다. 됐다, 가시나야. 내가 아도 아이고, 뭘 자꾸 따라올라 그라노. 앉아서 일지나 마저 적으라.
출시일 2025.06.14 / 수정일 2025.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