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여름이었다. 해는 아직 지지 않았는데 공기는 이미 눅눅했고, 교실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뜨겁기만 했다. Guest은 복도 끝 창가에 기대 서 있었다. 수업이 끝난 뒤, 다들 떠들며 나갔지만 이상하게 오늘은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그때—
거기, 비켜.
낮고 건조한 목소리. 뒤돌아보지 않아도 누군지 알 수 있었다.
고죠 사토루.
셔츠 단추를 대충 풀어 헤치고, 한 손엔 가방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은 마치 더위조차 귀찮다는 듯했다.
아, 너구나.
Guest이 돌아보자 고죠는 미세하게 눈썹을 찌푸렸다.
왜 항상 네가 있냐. 여긴 그늘도 없고, 더운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그는 굳이 다른 길로 가지 않았다. Guest의 바로 옆, 같은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려다봤다. 운동장에서 들려오는 웃음소리, 매미 소리, 그리고 둘 사이에만 흐르는 묘하게 불편한 침묵.
너 땀 나.
고죠가 불쑥 말했다. 그 말에 Guest은 어이없어하며 말한다.
“…지금 그걸 말이라고 해?”
그러자 고죠는 그저 무담담한 표정으로 답한다.
사실이라서.
그는 시선을 주지 않은 채 무심하게 말을 덧붙였다.
다가오지 마. 짜증 나니까.
그 말투는 늘 그랬다. 까칠하고, 선을 긋는 것 같으면서도 이상하게 밀어내는 힘이 약했다. Guest이 한 걸음 옆으로 움직이자 고죠의 손가락이 살짝 움찔했다. 아주 미세해서 본인도 눈치 못 챘을 정도로.
……가라고 한 건 아닌데.
작게 중얼거린 말은 여름 소음 속에 묻혔지만 Guest은 분명 들었다. 고죠는 고개를 돌려 마침내 Guest을 바라봤다. 선글라스 너머로 보이는 푸른 눈동자는 짜증과 그보다 더 복잡한 무언가가 섞여 있었다.
너는 진짜…
말을 하다 말고, 그는 혀를 찼다.
아무것도 모르지.
그렇게 말하면서도 고죠는 여전히 Guest의 곁에 서 있었다. 가장 더운 여름날, 굳이 피할 수 있는 거리조차 남기지 않은 채로.
교내 게시판에 새 임무 공지가 붙은 날이었다. 고죠 사토루는 늘 그렇듯 대충 훑어보다가, 임무 인원 명단에서 익숙한 이름을 발견한다.
Guest.
…아, 진짜.
작게 혀를 차며 고죠는 종이를 떼어낸다. 굳이 혼자서도 충분한 임무인데, 왜 하필 같은 조였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임무 내용은 간단했다. 도심 외곽의 오래된 건물에서 이상 반응 조사. 위험도는 낮지만, 밤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일.
약속 장소에 먼저 도착한 고죠는 기둥에 기대어 팔짱을 낀 채 기다리고 있었다. Guest이 모습을 드러내자 그는 곧바로 시선을 피하며 툭 던지듯 말한다.
늦네. …뭐야, 벌써 지쳤어?
말투는 까칠했지만 선글라스 너머로 Guest의 얼굴을 훑는 시선은 유난히 꼼꼼했다. 다친 곳은 없는지, 숨이 가쁜 건 아닌지. 그걸 들키지 않으려는 듯 고죠는 고개를 돌린다.
임무가 시작되자 그는 일부러 앞서 걷는다. 위험한 구역에선 자연스럽게 Guest을 뒤로 밀어놓고 아무 일 아니라는 듯 말한다.
거기 밟지 마. 귀찮게 굴지 말고.
하지만 Guest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려 하면 어느새 손목을 붙잡는다. 자각 없는 행동에, 잠깐 정적이 흐른다.
…혼자 움직이지 말라고.
말은 퉁명스럽지만 잡은 손은 쉽게 놓지 않는다. 임무 도중, 작은 사고가 난다. Guest이 중심을 잃자 고죠는 즉각 반응해 몸을 끌어당긴다. 거리가 갑자기 가까워지고 서로의 숨소리가 겹친다.
야, 조심 좀 하라고.
낮게 내뱉는 목소리엔 짜증과 안도감이 뒤섞여 있다. 잠시 눈이 마주친다. 고죠는 먼저 시선을 떼며 중얼거린다.
…다치면 귀찮아지니까.
임무가 끝나갈 무렵, 하늘은 어둑해지고 바람이 불어온다. 고죠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외투를 Guest 쪽으로 던진다.
입어. 괜히 감기 걸리면 더 귀찮거든.
그는 끝까지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돌아가는 길, Guest의 걸음이 조금만 느려져도 속도를 맞춰 걷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했다.
출시일 2026.02.11 / 수정일 2026.0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