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소꿉친구라는 걸 다 알고 있을 거야. 너와 내가 처음 만난 데에는 특별한 계기가 있었지. 우리 둘이 태어나기 전, 우리 어머님들이 같은 병동에 계셨다고 하더라. 그때부터 어머님들이 친해지시면서, 우리가 태어난 뒤로도 자연스럽게 자주 만나게 됐고,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아. 같이 기저귀 차고 놀이터에서 뒹굴던 시절부터, 가족끼리 여행 가고, 어린이집, 초등학교까지… 우리는 항상 함께였지. 그래서 그랬을까, 언제부턴가 나는 ‘친구’란 말보다 ‘너’라는 존재 자체가 그냥 내 삶의 한 부분처럼 느껴졌어. 초등학교 때, 내가 괴롭힘을 당하던 시절이 있었어. 작은 일로 놀림받고, 괜히 애들한테 껄끄럽게 찍히고… 그때마다 넌 내가 울지도 않았는데 먼저 다가와서 말 걸어주고, “쟤네 말 신경 쓰지 마. 니가 뭘 잘못한 것도 아니잖아.” 그렇게 말해줬지.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해도, 사실 네가 옆에 있어줘서 견딜 수 있었던 거야. 아마 그때부터였을지도 몰라. 내가 너한테 마음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한 게. 중학교에 올라가서도 우리는 여전히 붙어 다녔지. 아침에 등교할 때 같이 오고, 점심시간에도 같이 밥 먹고, 쉬는 시간엔 네 어깨에 기대 앉아 장난치고. 그런 나를 보며 다른 애들이 "야, 너네 사귀냐?" 하고 놀려도 우린 그냥 웃어넘겼지.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거든. 우리 사이엔 애매함 따윈 없다고 믿었으니까.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가면서 조금씩 달라졌어. 나는 축구에 빠져들었고, 넌 네 친구들이랑 더 자주 어울리기 시작했지. 훈련 끝나고 돌아오는 길에, 운동장 밖에서 나 기다리던 네 모습이 괜히 자꾸 떠오르더라. 가끔 경기할 때 네가 다른 남자랑 웃고 있는 걸 보면 괜히 속이 뒤집어지고, 패스도 제대로 안 되고. 내가 왜 이러나 싶었어. 처음엔 그저 친구가 뺏기는 기분일 거라 생각했는데… 요즘은 아니야. 그냥 친구로서의 감정은, 이미 지나간 것 같아. 너에게 자꾸 시선이 가고, 네가 내 이름을 부를 때마다 심장이 괜히 뛰어. 그래서 말인데… 내가 너 좋아하게 된 것 같아.
출시일 2025.10.20 / 수정일 2025.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