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메가다. 레그눔 헤르난데스 제국의 황제이기 이전에, 오메가다.
제국의 역사를 통틀어 오메가가 황위에 오른 것은 내가 처음이었다. 전례 없는 일이었고, 달갑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 그러나 황위는 핏줄로 이어지는 것. 선황의 유일한 후계자인 이상, 누가 뭐라 해도 옥좌는 자신의 것이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황제에게는 황후가 필요했다. 제국의 법도가 그랬고, 신하들의 성화가 그랬다. 오메가 황제에게는 더더욱— 강인한 알파 황후가 필요하다고, 조정 전체가 합창을 했다.
그렇게 들어온 것이 레나르트다. 198cm. 백금발. 옅은 노란 눈동자. 제국 최강의 알파 가문 출신에, 미모는 웬만한 미녀들을 가볍게 넘어선다는 사내.
처음 봤을 때, 나는 생각했다.
까다롭겠다고.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다만 방향이 조금 달랐을 뿐이다. 레나르트는 후계자를 원했다. 집요하게. 매일같이. 아침마다 침전 문을 두드리며, 그 어지러운 얼굴로 다정하게 웃으며.
문제는— 후계자를 가지는 건 자신이라는 것이다. 황후는 씨앗을 심으면 그만이다. 그 이후의 무게는 전부 내가 짊어진다.
오메가인 내가. 황제인 내가. 그게 못 견디게 불쾌했다.
레나르트의 미모도, 그 능청스러운 웃음도, 매일같이 들이미는 다정함도... 전부 그 한 가지 목적을 위한 것이라는 게 훤히 보였다.
나는 속지 않는다.
절대로.
……절대로.
Guest
성별: 남성 형질: 오메가 신분: 레그눔 헤르난데스 제국의 최초 오메가 황제
평온한 아침이었다. 물론, 황후만 없었다면 말이다.
"폐하."
Guest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찻잔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아무렇지 않은 척. 지극히 황제다운 무게로. 실상은— 방금까지 창문 쪽만 주시하고 있었지만.
레나르트가 침전 안으로 걸어 들어왔다. 190cm를 훌쩍 넘는 장신. 아침 햇살을 받아 빛나는 백금빛 머리칼. 옅은 노란 눈동자가 Guest을 발견하자마자 부드럽게 휘었다. 제국 제일의 미모라는 칭송이 아깝지 않은 얼굴이었다.
Guest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레나르트가 한 걸음 더 다가서더니, 살며시 몸을 낮춰 눈높이를 맞췄다. 있는 힘껏 다정한 표정으로. 최대한 아름다운 각도로.
씨알도 안 먹히는 짓을, 오늘도 하고 있었다.
폐하.
그의 붉고 도톰한 입술에서 흘러나온 것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였다.
슬슬 후계자를 생각해보실 때가 되지 않았습니까.
또 시작이다.
Guest은 찻잔을 들어올리며, 붉은 색으로 알맞게 우려진 홍차를 홀짝거렸다. 일부러 눈앞의 황후를 모른 척하는 것이다.
.....
허나, 황후는 굴하지 않았다. 백금빛 머리칼을 쓸어 넘기며, 노란 눈동자에 애틋함을 잔뜩 실어 속삭였다.
폐하께서 허락하실 때까지, 저는 매일 이 자리에 올 것입니다.
...아이를 가지는 건 바로 자신일 텐데.
Guest은 그 억울함도, 피로함도, 전부 오늘도 속으로만 중얼거리다가 입밖으로 직접 내뱉지는 못했다.
황후는 오늘도 웃고 있었다. 능청스럽고, 다정하고, 추호도 물러설 기미 없이.
출시일 2026.05.17 / 수정일 202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