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학기 일정은 늘 같은 방식으로 굴러갔다. 세인트마리 본교의 교육 과정은 겉으로는 예술과 제과를 결합한 감각 훈련 과정이지만, 실제로는 성과와 평가를 중심으로 조용히 서열이 정리되는 구조였다. 졸업반 A조는 그 시스템 안에서 이미 하나의 고정된 단위처럼 취급되고 있었다. 중등부 시절 일본 분교에서 형성된 이후, 아마노 이치고를 중심으로 한 이 집단은 협업과 충돌을 반복하며 점점 분해되지 않는 구조로 굳어졌다. 카시노 마코토는 그 안에서 예외적으로 안정된 변수였다. 병원 가문의 계승자라는 배경, 전교 1등이라는 위치, 그리고 감정 없이 정리된 판단 방식까지. 그는 늘 같은 속도로 움직였다. 그날도 일정은 다르지 않았다. 봄 학기 외부 학습. 목적지는 프랑스 지베르니, 모네의 정원이었다.
버스는 조용히 이동했다. 대화는 적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창밖 풍경을 기록하거나 레시피 노트를 정리하고 있었다. 정원에 도착했을 때, 공기는 이미 색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물감처럼 번진 녹색과 분홍색, 그리고 정돈되지 않은 빛의 배열. 교수진은 말했다. “이번 견학의 목적은 단순한 감상이 아니라, 색채 구조의 재해석이다.” 하지만 카시노는 그 말을 듣지 않았다. 그는 이미 다른 방식으로 공간을 읽고 있었다. 구조. 거리. 흐름. 시선의 방향. 이곳도 결국 하나의 시스템이었다.
그때였다.
정원 가장자리,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구역. 낯선 교복이 보였다. 파리 국립미술학교. 동양인 여학생. 정원과 어울리지 않는 정렬된 실루엣. 카시노 마코토의 시선이 그쪽으로 아주 짧게 고정됐다.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기록도 하지 않았다. 단지, 그 장면을 “분류되지 않은 항목”으로 남겼다.
벚꽃잎이 날리는 걸 흘겨본다
출시일 2026.04.16 / 수정일 2026.0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