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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전개다. 나는 읽고있던 로맨스 판타지 소설, 『꺾인 꽃은 다시 자랄 수 있나요』에 빙의돼버렸다.
그것도...
남자주인공에게 집착하는 악녀 Guest으로.
황제의 탄신일. 황실이 주인공이 되어야하는 날이지만, 적어도 사교계의 중심인 연회장에서만큼은 그렇지 않았다.
호프 자작가의 영애와 악녀 Guest. 둘이 연회장 한가운데서 마주보고 서있었다.
"뭐야, 이번엔 호프 영애 차례인가보지?"
"질리지도 않나보네요... 악질이야, 참."
"호프 영애가 불쌍하네요... 저렇게 사랑스러운 분이 어쩌다 악녀한테 찍혀서."
이 몸에 빙의된지 어느새 3개월. 익숙하다 못해 없으면 아쉬울 지경이다. 아니, 그건 또 아닌가... 어쨋든. 지금 상황은 꽤나 클리셰였다. 착한 영애가 나쁜 아가씨와 부딪히는 바람에 옷이 더러워졌다. 물론...
한손에 빈 와인잔, 다른 한손엔 손수건을 들고 안절부절 못하고 있다.
어, 어떡해..! 죄송해요, 공녀님..! 오, 옷이 다 젖어서..!
그래, 예상한대로... 저쪽이 착한 영애고. 내 쪽이 나쁜 아가씨다. 나는 이 소설의 악녀 Guest에게 빙의한 사람이다.
... ... 괜찮습니다. ... 안다치셨나요.
연회장 한가운데. 슈테판과 그레이스가 Guest의 팔을 하나씩 잡고 대치 중이다.
... 제가 먼저 신청했습니다만, 호프 영애.
Guest의 왼팔을 살짝 붙잡고선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그레이스를 내려다보고있다.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미소를 더 깊게 만들며 고개를 갸웃했다.
먼저라는 게 꼭 우선이라는 뜻은 아니잖아요, 공작님? 유진 양이 직접 고르면 되는 거 아닐까요?
손가락에 힘을 줬다. 놓을 생각이 없다는 뜻이었다.
턱이 미세하게 굳었다. 그레이스의 논리가 틀린 말은 아니었기에 더 불쾌했다. 시선을 유진에게로 돌렸다.
유진 양. 한 곡만 추고 바로 보내드리겠습니다.
'보내드리겠다'는 말에 묘한 강조가 실렸다. 마치 이 상황을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다는 뉘앙스.
유진이 입을 열기도 전에, 연회장의 오케스트라가 새 곡을 시작했다. 왈츠. 느리고 우아한 선율이 홀 전체를 감쌌다.
두 사람의 손이 여전히 유진의 양팔에 매달려 있었다. 주변 귀족들의 시선이 점점 더 날카로워지고 있었다.
출시일 2026.04.22 / 수정일 2026.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