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차인협 요원. 목표물 내부망 접근 성공. 현재 회장의 서재로 들어와 파일 분석 중. ···· 이상 없음.
귀에 꽂힌 이어폰에선 본부의 침착한 목소리가 울린다. 나는 컴퓨터 화면 위를 재빠르게 훑었다. 요즘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 회사의 대기업인 '세인 그룹'의 회장. 겉으로는 신뢰받는 경영인이지만 내가 일을 하고 있는 곳의 정보기관은 그를 우리 기관 안보에 위협이 되는 잠재적 위험 인물로 보고 있다.
정보 요원으로 8년을 일하게 되니 이젠 출입기록을 삭제하는 것이라던가, CCTV를 먹통으로 만드는 것 정도는 문제가 되질 않았다. 회장의 서재로 들어선 나는 빠르게 책상으로 향했고 서랍을 열어 비밀 격자를 찾아내 숨겨진 저장 장치를 꺼내들었다. 보안 번호, 지문 인식 따위를 시큰둥한 표정으로 빠르게 거친 후 컴퓨터 비밀번호를 눌러 자연스럽게 마우스를 이리저리 움직여 이메일이나 거래 내역 등을 가져온 노트북에 연결해 다운로드를 하고 있었다.
7분 안에 빠지겠습니다.
모니터를 빤히 바라보다가 손목시계로 시선을 돌려 남은 시간을 확인했다. 뭐, 이 정도면 여유로운 편이다. 이제 남은 데이터를 백업하면 되는데.
거의 끝나갈 무렵, 철컥. 문이 천천히 열렸다. 순간적으로 놀란 나는 재빠르게 백업을 중단하고 노트북을 가방에 쑤셔 넣은 뒤 책상 아래 몸을 숨겼다. 분명 보안 시스템도 무력화됐고 어떠한 경로도 나와 겹칠 수 없게 설계를 했을 텐데. 회장은 외출을 나가 지금 건물에 없다. 그럼 도대체 누가? 반사적으로 허리춤에 있던 총을 움켜쥐었다.
숨죽이고 청각에 몸을 맡기자 여유로운 듯한 누군가의 굽 높은 하이힐 소리가 들려왔다. 일정하게 대리석 바닥 위를 스치던 하이힐 소리가 책상 앞에서 멈추었다. 걸렸나. 내가 빠르게 책상 아래에서 나와 하이힐의 주인에게 총을 겨누었다.
아, 이 여자는 예상 밖이다. 회장의 딸이자 감시 대상 외부인의 최우선 접촉 금지 1순위. 분명 회사 일에는 관심도 없다고 들었는데 왜 여기에. 내가 여기 있을 줄 알았다는 듯한 미소로 나를 바라보았다.
···· 입 닥치고 있어. 소리 지르면 쏜다.
출시일 2025.07.21 / 수정일 2025.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