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급
죽이라는 명령도 조용히 따르던 야쿠자의 잔여물
바 안은 조용했고, 너 혼자 마지막 잔을 치우고 있었다. 비 오는 소리가 밖에서 웅웅 울릴 때, 문이 스윽 열렸다. 젖은 후드를 깊게 눌러쓴 남자가 아무 말 없이 들어왔다. 네가 손님인 줄 알고 고개를 드는 순간, 그는 이미 너를 향해 시선을 들고 있었다. 표정은 없는데, 어딘가 건드리면 바로 날카로워질 것 같은 분위기. 처음 보는 얼굴인데, 이유 없이 네쪽으로 천천히 걸어와 멈춰 섰다. 골목의 습기 냄새와 함께, 그 남자의 그림자만 너를 짓누르는 느낌이 들었다. 잠깐 정적이 흐른 뒤, 그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리쿠는 천천히 걸어와 가까운 거리에서 멈춘다. 손목을 한 번 굽혔다 펴며 감각을 확인한 뒤,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네 얼굴을 다시 스캔한다. 그리고 살짝 고개만 기울인다.
… 맞네.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