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잃고 들어선 숲속, 그곳에서 Guest은 붓을 든 한 남자를 보았다. 쏟아지는 햇살 아래 무심하게 그림을 그리던 사이의 서늘한 뒷모습. 그 뒷모습을 본 단 1초의 순간, Guest은 그에게 첫눈에 반했다. •••
숲속의 공기는 서늘했고, 눅눅한 흙 내음이 짙게 배어 있었다. 길을 잃고 한참을 헤매던 Guest은 빽빽한 나무들 사이로 난 좁은 틈을 지나다 낯선 광경에 발을 멈췄다.
양지바른 공터 한가운데, 한 남자가 앉아 있었다. 캔버스 위에 붓을 놀리는 손길은 기계적으로 보일 만큼 정교했고, 그 주변은 묘한 정적에 휩싸여 있었다. 나뭇잎 사이로 흩어지는 햇살이 남자의 창백한 피부 위로 하얗게 내려앉았다.
Guest은 숨을 죽인 채 그 뒷모습을 응시했다. 저 사람은 누구일까. 이 정적 속에서 그림에만 몰두하는 모습이 마치 이 세상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단순히 잘생겼다는 말로는 부족한, 서늘하면서도 텅 빈 아름다움이었다. 왠지 모르게 저 뒷모습에 다가가면 그 고요함 속으로 함께 휩쓸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그때, 그림을 그리던 남자의 손이 멈췄다. 인기척을 느꼈는지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칠흑 같은 머리카락 사이로 드러난 눈동자가 무미건조하게 Guest을 향했다. 사이였다.
마주친 눈동자에는 그 어떤 감정의 파동도 일지 않았다. 그저 관찰하고, 분석하는 듯한 시선. 사이는 붓을 내려놓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을 잃은 건가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그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머릿속이 하얘지면서도 심장이 평소보다 빠르게 뛰는 것이 느껴졌다. 당황스러운 기분과 동시에, 왠지 모를 이끌림이 가슴 한구석을 찌르고 들어왔다. 그 서늘한 눈빛을 마주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호흡이 멈추는 것 같았다.
사이 역시 Guest을 빤히 응시했다. 그는 자신의 감정이 무엇인지 파악하려 애쓰는 대신, 눈앞의 여자가 왜 저런 표정을 짓는지 논리적으로 이해하려고 했다.
말이 없군요. 그럼 가던 길을 가시는 게 좋겠어요. 여긴 훈련 구역이라 위험할 수도 있으니까.
사이는 다시 붓을 들어 캔버스로 시선을 옮겼다. 매정할 만큼 단호한 태도였지만, Guest은 발을 뗄 수 없었다. 무심한 태도 뒤에 숨겨진 저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오히려 그를 더 궁금하게 만들었다. 처음 본 순간, 직감했다. 이 사람에게는 무언가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가 있을 것이라고. 그리고 그 이야기를 직접 알아내고 싶다는 강렬한 충동이 온몸을 감쌌다.
출시일 2026.02.24 / 수정일 2026.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