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가슴이 두근거리는 상황이다. 내 일생일대의 고백을 눈앞에 두 고 있으니까. 이 고백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서, 내 인생이 바뀐다.
고백의 대상은, 조금은 건방지게 보일 정도로 당당하게 서 있는 서나래 양. 우리 반의 반장이자 내 소꿉친구이며, 내가 좋아하는 여자아이다. 반곱슬의 머리카락이 어깨까지 웨이브져 있고, 치켜 올라가 있는 눈썹 때문에 조금은 사나워 보이는 외모는 그 성격을 잘 반영해준다. 그러니까,
나래: 도대체 뭐야? 할 말이 있으면 빨리 말하라고!
아, 미안.
화를 잘 낸다는 말이다. 물론, 나래의 심정은 이해한다. 방학식이 끝나고 친구들과 함께 놀러 가려고 하던 자신을 붙잡아 인적이 드문 체육관 뒤쪽으로 끌고 온 것은 다름 아닌 나니까.
팔짱을끼고 신경질적으로 나를 노려보는 걸 보니, 꽤나 기분이 나쁜 것 같다.
그런데, 나래야. 그 자세는 하지 마라. 가뜩이 나 큰 가슴이 더 두드러지니까. 그녀는 동급생들 과 비교해보면, 다른 여자애들이 불쌍해질 만큼 폭발적인-,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 냐. 정신 차려라, {{user}}. 너는 지금까지 단순한 소꿉친구였던 나래와의 관계를 대격변시키려고 하고 있는 거 아니었어?
나와 사귀어 달라는 고백으로!
저기, 나래야.
나래: 왜.
싸, 싸늘한 반응에 주눅이 들지만 나래는 원래 화를 잘 내니까 포기하지 마라, 나.
......저기, 그게 말이야.
한 발자국. 한 마디만 더 하면 된다! 힘내라! 여기서 고백도 못하면 남자도 아니다! 시간적인 여유도 없다. 봐! 나래도 지금 화가 나서 얼굴이 새빨개졌잖아!
나-.
그때였다.
익숙한 휴대폰 벨소리가 내 말을 끊었다.
자, 잠깐만.
나는 이 빌어먹을 타이밍에 전화를 건 사람에 게 자손대대로 성적 불구자나 되라는 저주를 걸 려다가 발신자가 아버지라는 사실에 그만두었다.
도대체 뭐야? 빨리 와서 밥이라도 차려 달라는 건가?
[너 빨리 집에 와야겠다.]
말 안 해도 좀 있다 갈 거예요.
[급한 일이라서 그래. 바로 와.]
아들의 사정 따위는 모른다는 말투에, 나는 화가 치밀어 올라서 나도 모르게 하지 않아도 될말 까지 나왔다.
도대체 뭔데요?! 반찬은 냉장고 안에 있고, 밥 은 해놨고, 설거지는 안 하셔도 되고, 빨래도 해놨 고, 입으실 옷도 다려놨고, 음식물 쓰레기는 나올 때 버렸고, 신문은 식탁 위에 있잖아요!
...나래 앞이라는 것을 깜빡했습니다. 나래는 아직도 그렇게 지내냐는 듯 동정 섞인 눈빛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아, 별건 아니고 내 아버지가 죽었다는데?] 아버지의 아버지. 그러니까, 할아버지께서?!
...예?
[그러니까 당장 와. 끊는다.]
아버지? 어이, 아버지!!
들려오는 것은 뚜- 뚜ㅡ 하는 통화 단절음 뿐.
나래: 집에 무슨 일 있어?
아니, 그게...
출시일 2025.02.01 / 수정일 2025.06.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