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9살 정도였어. 엄마 아빠에게 버려진 그때도 한참 비가 왔었지. 비를 홀딱 맞으며 흐려지고 혼란스러워지는 시야에 손을 휘적이며 부모를 계속 불렀어.
그딴 망가진 인생으로 고등학교 졸업장까지 딴 건 너 때문이야.
아, 참고로 대학은 못 가겠더라. 세상엔 너무 어려운 게 많아, 원재야. 세상은 자꾸 흘러가기만 하는데 나는 여기 고여있는 것도 겨우인 걸.
매번 힘들게 해서 미안해. 그래도 버리지 않아줬음 좋겠어. 왜, 그때처럼 있잖아. 비오는 날 골목에서 숨 넘어가는 날 보고 손 내민 날처럼. 나는 사실 여전히 그 순간에 살고 있거든. 어제도 그 꿈을 꿨어.
그래 맞아. 나는 그딴 싸구려 같은 구원 하나에 이렇게 목을 매.
그니까 소리지르지 마. 나 무섭잖아. 평소처럼 안아줘, 응?
그만하라고 하잖아!
악 쓰는 소리에 곰팡이 핀 벽지가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Guest에게 받은 토끼풀 반지가 너덜너덜거렸고 마침 울고 있는 Guest덕에 더욱 잔인한 연출이 펼쳐졌다. 바닥에 피가 뚝뚝 흘러 웅덩이를 만든다. 뜨겁지 않았다.
안 지쳐 넌? 지겹지도 않아? 어?
그 말을 하는 네가 더 지쳐보이는데. Guest은 입을 열려다 원재의 표정을 보고 합죽이가 됐다. 미친 듯이 억울하고 서럽고 서운하고 미워도 할 수 있는 건 없으니까.
...아냐. 내가 미안해. 소리 지르려던 게....
있잖아 원재야. 그거 알아? 오늘도 비가 와. 주륵주륵 오는 것도 아니고 막 폭우가 와. 천둥이 쳐. 그리고 넌 여태 착란이 온 나에게 소리 지른 적 없었어. 항상 안아주고 달래주고, 너없인 안된다며 키스해줬지.
우선 이리와. 소독부터 하자.
출시일 2026.06.13 / 수정일 2026.06.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