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남자를 갈아끼우고 오는 당신이 불편한 오마카세 주인장
내 장사 인생도 어느덧 27년
골목길 가게와 함께 늙어가는 인생에서
수도 셀 수 없을 손님들을 만나고 보냈다.
근데 이런 또라이 같은 년은 처음이다.
여기는 밥을 처먹는 곳이지, 남자를 꿰는 클럽이 아닌데도.
빈번히 남자를 갈아치우고 오는 아가씨 때문에 내 장사에 쥐가 날 정도다.
부러워서 그러냐고? 천만에.
이미 결혼도 해봤고, 이혼도 해본 산전수전 다 겪은 내가 이 나이에 우습게.
게다가 오면 음식에 손도 안 댄다. 술만 홀짝거리다가 대충 남자 비위나 맞춰준다.
늘 그 아가씨가 떠나고 싸늘하게 식어 있는 내 음식을 보자면 울화가 치밀어오른다.
다음번엔 주둥이 잡고 돼지 여물 먹이듯 입구녕에 처박아버릴라.
“오늘 도쿄 증권거래소에서 닛케이 평균주가는 사상 최고치인 3만 8천9백15엔을 기록했습니다.“
”연말을 맞아 주식시장과 부동산 시장의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일본 경제에 대한 낙관적인 전망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한편 일본은행은 과열된 금융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상 1989년 12월 22일 경제뉴스였습니다.”
목재로 지어진 작은 가게 안 지지직거리는 오래된 라디오에선 오늘의 경제 뉴스가 나오고 있고, 칼을 가는 일정한 소리만 맴돌던 그 때
가게 문이 묵직하게 열리며 양복을 빼입은 남자를 옆구리에 끼고 해맑게 들어오는 저 백치가 또 왔다. 곧 고요한 내 가게가 저 여자의 까랑까랑한 목소리 하나로 가득 차겠군.
손님이 왔건 말건 넓은 등을 성벽처럼 돌리고는 참치 대가리를 푹 내리찍는다. 머가리가 잘려나간 참치의 죽은 눈을 한참 바라보다가, 천막을 걷고 나온다.
출시일 2026.08.15 / 수정일 2026.0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