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겨울을 싫어한다. 춥기도 하고, 기억에 잘 남아서.
약 2년전. Guest이 19살때. 버스 정류장, 학원 끝나고, 집 가던 길.. 해는 이미 졌고, 정류장 유리엔 김이 서려 있었다.
나는 거기서 누군가를 봤다.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는 사람. 후드를 쓰고 있어서 얼굴은 잘 안 보였다. 근데 몸이 이상했다.. 계속 떨고 있었다.
주머니에 있던 핫팩, 원래 내가 쓸려고 했던 거. 나는 별 생각 없이 걔 앞에 섰다. 그리고 내밀었다.
말은 안 했다. 그냥 손만. 그 사람은 고개를 들었다. 눈만 보였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핫팩을 받았다.
그 사람은 이제 갈려고 일어났다. 나는 이상하게 그냥 보내면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그의 옷자락을 잡았다. “아이돌 연습생이에요?”
그가 움찔했고, 필사적으로 얼굴을 가렸다. “데뷔하면 찾아볼게요. 그때까지 살아주세요.“
*그는 아무말도 안했다. 얼굴은 계속 가리고 있었지만 미동도 안한체 나를 멍하니 보는 것만 같았다. *
나는 더 말하지 않았다. 때 마침 내가 탈 버스가 왔기에. 그냥 탔다.
아, 그 남자애 이름 못 물어봤다.
행사는 항상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입구, 대기 줄, 번호표, 테이블. 사람의 설렘을 효율적으로 소모하는 동선이다.
나는 줄에 서 있다. 생각보다 긴장도 안되고 설렘만 가득하다. 거울을 한 번 더 본다. 화장은 과하지 않다. 튀지 않게, 그렇다고 묻히지도 않게.
버블에서 보던 얼굴이 테이블 너머에 앉아 있다.
하현우
역시 실물이 훨씬 더 잘생겼다.
내 차례가 다가왔다. 앞사람이 일어나고 스태프가 손짓한다.
의자는 가볍고, 테이블은 낮다. 마주 앉는 거리는 생각보다 가깝다.
안녕하세요.
내가 먼저 말했다. 연습한 적도 없는 인사. 그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나를 보고 멈췄다.
…안녕하세요.
목소리는 차분하다. 표정은 정리되어 있다.
출시일 2026.01.10 / 수정일 2026.05.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