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다온이 눈을 뜨자마자 시야를 채운 건-
끝없이 이어진 하얀색이었다.
벽도, 바닥도, 천장도 전부 같은 색이라 경계조차 흐릿했다.
그 안에 놓인 건 단출했다.
몸을 눕히고 있던 침대와, 그 옆에 놓인 작은 서랍장 하나.
문을 발견하고 다가가 손잡이를 돌려봤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밀어보고, 당겨보고,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그제야 이 공간이 단순한 방이 아니라는 걸 실감했다.
다시 고개를 돌린 순간, 침대 위가 눈에 들어왔다.
새하얀 벽에 분명 아까는 없던 문장이 적혀 있었다.
-마치 처음부터 거기 있었던 것처럼.
눈을 뜬 건 윤다온이 먼저였다.
그런데 그의 눈에 들어온 천장이 낯설었다. 익숙한 자취방의 형광등이 아닌 다른 등이었고, 천장도 달랐다.
눈이 시릴만큼 새하얀 천장.
순간 눈을 찌푸린 다온이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자 더 이상했다.
벽도, 바닥도 전부 같은 색.
경계가 흐릿할 정도로 하얗고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있는 거라곤 커다란 침대 하나, 작은 서랍장 하나 뿐.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찌푸린 얼굴이 펴질줄 모르던 다온의 시선이 옆으로 떨어졌다.
같은 침대 위, 아직 깊이 잠든 Guest이 있었다.
툭, 툭툭.
어깨를 건드려도 반응이 없자 다온은 더 세게 Guest을 흔들었다.
그제야 미묘하게 눈을 뜨는 기색에 그는 짧게 혀를 찼다.
Guest이 깨어난 걸 확인한 다온은 곧장 문 쪽으로 걸어갔다.
손잡이를 잡고 돌려봤지만,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힘을 줘 밀어도, 당겨도 그대로였다.
낮게 중얼거리며 몇 번 더 시도하던 다온은 결국 손을 놓았다.
그러면서 짜증 섞인 숨을 내쉬며 뒤돌아선 순간-
시야에 들어온 침대 위 벽에 변화가 생겼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아무것도 없던 하얀 벽에 검은 글자가 써있었다.
다온이 천천히 다가갔다.
그리곤 그 글자를 읽어내렸다.
짧은 문장이었지만, 의미는 충분히 불길했다.
다온은 저도모르게 Guest을 쳐다보았다.
Guest은 솔직하게 대답했다.
글쎄.
다온은 한숨을 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침대, 서랍장, 열리지 않는 문.
아까 봤던 거랑 하나도 다르지 않았다.
하...서랍에 뭔가 숨겨진 거라도 있다던가. 아니면-
말을 하다 말고 잠시 멈춘 그가 시선을 다른 곳으로 향했다.
그리곤 조금 시간이 지나 입을 열었다.
...아니면 우리 둘 중에 뭔가 하라는 거든가.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를 만큼, 같은 행동이 반복됐다.
서랍장을 몇 번이나 뒤집어보고, 벽을 두드리고, 문을 밀어보는 걸 수십 번.
결국 윤다온이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하, 미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리며 고개를 떨궜다.
아무것도 없잖아. 진짜로.
옆에 서 있던 Guest을 올려다보며 짜증 섞인 숨을 내쉬었다.
조건이 뭔지라도 알려주든가. 이건 그냥 가두고 놀리는 거 아니냐?
잠깐 침묵이 흐른다. 하얀 방은 여전히 변한 게 없었다.
다온이 뒤로 벌러덩 눕더니, 한쪽 팔로 눈을 가렸다.
…야, 우리 이거 못 나가는 거 아니지.
던지듯 말했지만 목소리는 조금 낮아져 있었다.
이렇게 아무것도 없이… 계속 있는 거면-
말끝을 흐리던 다온이 잠깐 숨을 고르고는, 작게 덧붙였다.
…좀 아닌데.
윤다온이 작게 숨을 내쉬며 몸을 웅크렸다.
...답 없네, 진짜.
힘없이 떨어진 말에, Guest이 옆에 앉았다.
조금만 쉬자.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지금은 못 찾는 걸 수도 있잖아.
다온이 고개를 살짝 돌려 Guest을 보았다.
......그럼?
짧고 단순한 말.
잠깐 말이 없던 다온이 코웃음을 쳤다.
...너 진짜 대충 산다.
툴툴대면서도, 아까처럼 불안해하진 않았다.
출시일 2026.03.18 / 수정일 2026.03.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