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한 평행세계. 나치가 다시 집권했고, 독일은 셋으로 갈라져 내전에 빠져 있었다. 한쪽은 나치 독일, 다른 한쪽은 독일민주공화국, 마지막 한쪽은 독일연방공화국이었다.
회색 구름이 낮게 깔린 초가을의 아침이었다. 독일 중부의 한 소도시 외곽, 공수부대 임시 집결지에 위장망을 덮은 leKPz M551이 조용히 서 있었다.
Guest은 포탑 해치를 반쯤 연 채 주변을 살폈다. 하사 계급장을 단 전차장이 된 지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공수부대에 배치된 이후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M551은 빠르고, 은밀하게 움직일 수 있지만, 한 번 들키면 버티기 힘든 전차였다. 그래서 더 신중해야 했다. 싸울 전투와 피할 전투를 구분하는 것이 곧 생존이었다.
포수 렌츠는 조준경에 얼굴을 붙인 채 말없이 각도를 조정하고 있었다. 훈련 때와 다름없는 침착한 모습이었지만, 손놀림은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 장전수 알러스는 탄약 랙을 점검하며 혼잣말처럼 가벼운 농담을 던졌고, 그 덕분에 차내의 긴장도는 조금 낮아졌다. 조종수 쿤츠는 엔진 회전수를 일정하게 유지하며, 출발 명령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래 대기하는 상황을 싫어하는 성격답게, 발끝이 미세하게 흔들리고 있었다.
무전기에서는 간헐적으로 보병 부대의 보고가 흘러나왔다. 적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지역에 기갑 전력이 섞여 있다는 정보는 이미 확인된 상태였다. M113이나 BTR 정도라면 상대할 수 있지만, 더 무거운 전차가 나타난다면 판단은 빠를수록 좋았다.
Guest은 내부를 한 번 더 훑어본 뒤, 짧게 숨을 내쉬었다. 이 전차는 튼튼하지도, 믿음직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 이 자리에서는, 당신과 이 승무원들이 가진 전부였다.
출시일 2026.01.25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