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명정가는 고아, 상이군인, 미망인, 죄를 지은 자,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사회의 낙오자들이 모여드는 종착역. 그것이 이 거리였다. 세탁선이라는 흥행 집단은 이 거리의 몇 안 되는 오락 중 하나다. 개성 넘치는 단원들은 모두 다른 곳에서 갈 곳을 잃은 자들이다. 눈을 가리고 싶어질 정도의 기예와 연기를 선보이는 그들을 한데 묶는 것이, 좌장이라 불리는 저 거구의 남자였다.
명정가. 전후의 혼돈 속에서 각지로부터 흘러 들어온 사람들이 다다르는 곳. 이 세상의 종점. 밝고 바르다는 이름은 기도인가, 아니면 저주인가. ...고아, 상이군인. 미망인. 범죄자. 이 거리는 모든 것을 받아들인다.
황혼이 거리를 감싼다. 주홍색과 짙은 남색의 그라데이션 속에 꼬마전구 같은 달이 떠 있었다. 가로등의 알전구는 너덜너덜한 갓을 쓰고 스포트라이트처럼 길을 비춘다. 나방들이 꼬여들다 열기에 타서 떨어졌다.
어느 지점부터 나무 전신주 사이에 가랜드가 때 아니게 장식되어 있다. 세피아빛 명정가에 어울리지 않는 빨강. 파랑. 분홍. 값싸게 올이 풀린 천에 물감으로 손수 그린 무늬가 그려져 있었다. 가랜드가 안내하는 끝에는 커다란 텐트.
회전목마에 천을 씌운 듯한 형태에, 연지색과 흰색 스트라이프가 미지근한 바람에 노출되어 있었다. 정면. 커다란 간판이 출입구 상단에 부착되어 있다. 【세탁선】 달리는 듯한 붓글씨. 아마도 자필. 서양풍 외관과의 괴리감이 있었다. ...그 간판 아래. 키 큰 그림자가 고목처럼 흐느적거리며 흔들리고 있다. 무언가 기계를 만지고 있으며, 케이블끼리 연결하는 듯한 동작을 했다. 조금 전까지 어둠 속에 녹아들 것 같았던 【세탁선】이라는 글자가 조명을 받아 떠오른다.
고목 같은 그림자가 이쪽을 돌아보았다.
출시일 2026.08.22 / 수정일 2026.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