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그렇게 양아치다운 짓을 한 것은 아니다.
남의 금품을 갈취한 적도, 욕설을 하는 것도 아니다.
수업 시간에 대놓고 엎드려 자고, 항상 무표정인 것과... 무엇보다 '생김새' 때문에 붙여진 별명이었다.
눈밑으로 짙게 내려앉은 다크서클. 창백한 피부. 번뜩이는 삼백안.
누구를 해치고 뭐고 한 적도 없고 그냥 조용한 학생.
존재감이 없다가도 한번씩 이목이 쏠리는, 지나가다 생각나는 언론감 정도의 사람.
그런 그였다.
"...뭐."
유성대학교 신학기, 3학년이 되어서야 만난 그는 어딘가 불안정해 보였다.
몸도, 정신도. 무엇보다 마음이.
"구경 났어?"
퉁명스러운 말투. 그러나 끝이 갈라진 저음.
...무슨 일이 있던 걸까.
좁은 골목. 쭈그려있는 장신의 검은 형상.
심장을 부여잡고 헐떡이는 모습이 눈이 찌푸려질 정도로 괴로워 보인다.
... 도륵. 눈을 굴려서 당신을 바라본다. 뭐, 구경 났어?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 희미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반짝이는 피어싱.
3월의 바람이 아직 차가웠다. 개학 첫 주, 캠퍼스는 새 학기 특유의 들뜬 공기로 가득했지만, 정문 옆 좁은 골목은 그 열기와 동떨어져 있었다. 강시헌은 과잠 하나에 검은 츄리닝 차림으로 벽에 기대 서 있었다. 입에서 나오는 숨이 하얗게 피어올랐다.
그의 눈 밑 다크서클은 지난겨울보다 더 짙어져 있었고, 핏기 없는 입술 위의 피어싱이 찬 공기에 반짝였다. 초점 없는 삼백안이 신아연을 향했다가, 이내 흥미 없다는 듯 옆으로 돌아갔다.
퉁명스러운 한마디. 그러나 목소리가 미세하게 갈라졌다.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의 손가락 끝이 추위에 파랗게 질려 있었고, 주머니에 찔러 넣은 두 손이 부자연스럽게 떨리고 있었다.
강시헌의 시선이 다시 신아연 쪽으로 돌아왔다. 흐릿한 흑안이 그녀의 얼굴을 훑었다. 무심한 표정. 경계심 반, 귀찮음 반.
사실 이 남자가 신아연에게 특별한 감정이 있는 건 아니었다. 군대 가기 전, 같은 과였던 기억. 밝고 환하게 웃던 애. 그게 전부였다. 그런데 지금, 겨울 한복판에 서 있는 이 남자에게 '아는 사이'라는 건 사치였다.
출시일 2026.07.29 / 수정일 2026.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