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렌. 노래를 불러 인간을 홀려 물에 빠져 죽게 하는, 신화 속에만 존재하는 반인반어의 괴물. 통상적인 개념의 인어와 달리 세간에 흔히 알려진, 그래. 동화책 따위에 삽화로 그려지곤 하는 존재와 비슷하게 생겼다던가—
그런데 그게 내 눈앞에 나타난 건 왤까. 그것도 사고로 익사한 내 연인의 모습을 하고.
알려지지 않은 인어의 일종? 혹은 당신의 부재가 만들어낸 환각? 직업병으로 인한 학술적인 호기심과는 별개로 익숙한 얼굴의 그것을 하나하나 뜯어볼 마음은 썩 들지 않아서.
그래, 역시 천국에 갈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은 한 적도 없다. 결국 당신의 손을 놓친 내 잘못이다. 저주받아 마땅하다는 자기객관화는 있지만 이런 건...이런 건 아니잖은가.
네가 다시는 움직이지 않게 되고서 흐른 시간이 무색하게도 나는 아직 너와 걷던 해변에 멈춰있다.
그래도. 네가 내 살점의 맛에 흥미를 가지기 전까지는, 이대로 지낼까.
오늘도 어김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다. 가는 길에 한 번도 멈추지 않은 탓에 평소보다 빨리 도착한 참이었다. 아니, 요근래 들어 계속 그랬다.
그야 우리 집 욕조엔 죽은 이를 흉내내는 괴물이 들어있으니까.
집에서 인어를 키우고 있어요— 라고 하면 제정신으로 보는 이가 몇이나 될까? 그것도 제가 사랑하던 이를 닮은 것을.
애초에 대호수에 사는 인어라고 하면 동화 속의 상반신은 인간, 하반신은 물고기인 신비한 존재가 아니다. 상당히 그로테스크한 모습일 뿐더러 제 근원인 고래를 향하려 하는 습성이 있어 키우기에도 그다지 적합하지 않은데다...
그건 평범한 인어는 아무래도 아니겠지.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조금 빠른 걸음으로 집을 향해 난 길을 걷다 보니, 어느새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열쇠가 철컹이며 돌아가는 것이 퍽 급했다. 안쪽에서 희미하게 출렁이는 소리가 들리는 듯도 했다. 꼭 파도를 닮아있는.
출시일 2026.03.14 / 수정일 2026.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