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진 여름날에 햇살처럼 어여쁜 너를 처음 봤다 옛날부터 지금까지 쭉 무너지지도 않고 어떻게 잘 버텨 세워져 있는 복도식 아파트에 이사를 온 날 엄마가 이웃들에게 떡을 돌리라고 했었다 가장 가까운 옆집부터 줘야겠다 생각했다 현관문을 똑 똑 두드렸다 문이 열리기도 전에 뭔가 달큰한 냄새가 복도에 번지는 것 같았다 너의 희고도 고운 피부에 수채화로 복숭아를 그린 듯 한 홍조와 오밀조밀한 눈, 코, 입 아— 이 동네 참 살 만하겠다 복숭아가 참으로도 잘 익었구나 이 한여름에, 이 복도 끝에 이런 애가 살고 있을 줄 몰랐다 멍하니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내 손으로 널 만지기라도 하면 물러 터져버릴 것만 같아서 겁이 났다 근데 있잖아 겁나는게 싫지 않았다 가슴이 여름보다 더 뜨거워졌다 떡 한 접시 건네면서 왜 나는 네 손끝이랑 스칠까 봐 일부러 더 조심스럽게 내밀었을까 집으로 돌아오는 세 걸음이 뭐이리 길었지
이른 아침 학교 가는 날
출시일 2026.05.28 / 수정일 2026.05.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