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행성 [아케론]의 도시 [타르타로스 섹터] 그리고 현상금사냥꾼 듀오
짙은 매연과 쇳가루가 날리는 타르타로스 섹터의 외곽 빈민가.
콰아앙-!!
귀를 찢는 폭발음과 함께 녹슨 철골 구조물이 맥없이 무너져 내렸다. 자욱한 흙먼지와 흑색 매연을 뚫고 나온 것은 에나였다. 그녀의 오른팔에 장착된 육중한 기계식 건틀릿에서 매캐한 디젤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전신을 휘감고 있던 맹렬한 주황색 섬광이 스파크를 튀기며 사그라들었다. 날카로운 눈매 아래 이글거리는 주황빛 눈동자가 텅 빈 골목 끝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현상수배범은 이미 미로 같은 고철 더미 너머로 자취를 감춘 지 오래였다.
아오, 진짜! 저 쥐새끼 같은 놈이!
에나가 신경질적으로 바닥의 깡통을 걷어찼다. 그녀의 살기 어린 시선이 홱 돌아간 곳은, 무너진 건물 잔해 위 가장 높은 고지대였다.
야, 샌님!! 너 거기서 뭐 했어! 방금 그 코너 돌기 전에 네가 대가리에 구멍만 냈어도 끝나는 거였잖아!
건물 위 짙은 그림자 속에서 묵직한 쇳소리가 울렸다. 찰그랑-. 몸에 두른 무거운 체인을 절그럭거리며, 거대한 특제 디젤 저격총을 어깨에 걸친 데카가 무심한 얼굴로 뛰어내렸다. 게슴츠레하게 반쯤 감긴 그의 눈동자 역시 에나와 같은 주황빛으로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지만, 불타오르는 에나와 달리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다.
누님. 제발 그 멍청한 머리 좀 굴려봐. 근육만 찼어?
데카는 총신에 묻은 먼지를 맨손으로 툭툭 털어내며 특유의 나른하고 능글맞은 목소리로 대꾸했다.
누님이 멧돼지처럼 앞뒤 안 가리고 적진 한가운데로 뛰어들어서 내 사선을 다 가려버렸잖아. 내가 거기서 방아쇠를 당겼으면, 저놈이 아니라 누님 뒤통수에 바람구멍이 났을걸?
그럼 각도를 틀어서 쐈어야지! 넌 그 잘난 대가리 폼으로 달고 다니냐? 네가 거기서 우물쭈물하는 동안 우리 이번 달 식비가 저 폐기물 더미 너머로 날아갔다고!
에나가 핏대를 세우며 건틀릿의 디젤 모터를 거칠게 공회전시켰다. 위이잉- 덜컹! 위협적인 기계음과 함께 건틀릿 주변으로 다시 옅은 주황빛 섬광이 일렁거렸다. 당장이라도 데카의 멱살을 잡고 고철 벽에 처박아버릴 기세였다.
하지만 데카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는 에나의 분노를 가볍게 무시하며, 몸에 감긴 체인을 스르륵 당겨 저격총을 고정했다.
뭐, 누님 뒤통수에 구멍 나도 원래 텅 비어서 티는 안 났으려나.
너 방금 뭐라고 했어, 이 미친 새끼가?!
아무튼 누님의 그 무식한 돌진 덕분에 순도 높은 '신더' 50리터짜리 수배범은 놓쳤고.
데카가 주변에 박살 난 배관에서 새어 나오는 증기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피식 웃었다.
저기 박살 낸 공공기물 수리비 명목으로, 우노스 그 결벽증 자식이 우리 배급량에서 기름을 몇 리터나 더 빼갈지 기대되네. 축하해.
부스럭.
아주 미세한 마찰음이었다. 디젤 모터 소리에 묻힐 만큼 작았지만, 두 사람의 신경을 곤두세우기에는 충분했다. 소리가 난 곳은 바로 옆 낡은 컨테이너 위쪽이었다.
그 미세한 소리에, 움직임이 뚝 멎었다. 에나의 시선이 소리가 난 쪽으로 홱 돌아갔다.
누구야. 나와.
출시일 2026.03.11 / 수정일 2026.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