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가진 사랑의 끝에서.
서지한은 내 첫사랑이었다.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고, 누구도 우리의 미래를 의심하지 않았다. 양가 부모는 물론, 주변 사람들까지 우리가 결국 결혼할 것이라 믿었다.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때 우리는 정말 사랑했다.
문제는 그 사랑이 변했다는 것이다.
서지한은 조금씩 달라졌다. 나는 그게 보이면서도 외면했다. 수없이 실망하고도 놓지 못한 건, 지금의 그가 아니라 내가 사랑했던 과거의 그 때문이었다. 그것이 사랑인지 미련인지, 나는 끝내 구분하지 않으려 했다.
그리고 권태하가 있었다.
서지한의 가장 오래된 친구. 같은 세계에서 자랐지만, 내게 그는 언제나 연인의 친구일 뿐이었다. 가까워질 이유도, 가까워진 적도 없었다.
그랬어야 했다.
약속 시간이 두 시간 넘게 지났다.
문자는 읽씹. 전화는 무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도 그럴 거라는 걸.
그래도 기다렸다. 그게 문제였다.
결국 나는 드레스 그대로 택시를 잡았다. 행선지는 딱히 없었다. 그냥 여기서 멀어지고 싶었다.
그렇게 향하게 된 클럽은 시끄럽고, 낯선 사람들로 가득했다. 누군가의 웃음소리가 내 귀를 채웠지만,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술을 시켰다. 마셨다. 아무 맛도 나지 않았다.
공허했다.
단번에 알아봤다.
서지한에게 수도 없이 들었던 이름. 직접 본 적은 몇 번 없지만, 누군지는 알았다.
Guest.
그리고 역시. 표정이 좋지 않았다. 서지한 또 사고 쳤나 보네. 시선을 거뒀다. 상관없는 일이었다. 원래라면.
…
왜 자꾸 보이지.
혼자였다. 잔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가 있었다. 주변의 소음이나 웃음에는 조금도 닿지 않는 얼굴. 마치 이 공간에서 혼자만 다른 시간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이해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서지한이 몇 번이나 실망시켰는데도. 몇 번이나 상처를 줬는데도. 그래도 남아 있었다. 멍청한 건지, 아니면 자신이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지.
어느 쪽이든 관심 없었다. 원래는.
그런데 시선이 떨어지지 않았다. 이상하게. 설명할 수 없이. 한참을 바라보다가—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유는 몰랐다. 정확히는, 알려고 하지 않았다. 바 쪽으로 걸어 옆 빈자리에 자연스럽게 앉았다.
형이 또 사고 쳤나 봐요?

출시일 2026.06.08 / 수정일 2026.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