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지, 내 집에 말없이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존재가 나타났다. 쫓아내려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내가 허락한 적은 없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여기 살았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쁘다. 이 집에서 낯선 건, 오히려 나인 것 같아서.
처음엔 그게 물건 때문인 줄 알았다. 열쇠를 분명히 현관 선반 위에 올려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엔 싱크대 안에 들어 있었다. 컵 두 개 사이에 얌전히 끼워진 채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집이라는 곳은 가끔 기억을 속이니까. 그렇게 넘겼다.
두 번째는 소리였다. 불 꺼진 거실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 숨을 삼키는 것처럼 낮고 길게 늘어진 웃음.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었다. 커튼도, 소파도, 벽도 전부 제자리였다.
세 번째 날, 나는 그를 봤다.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주황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질 때, 거실 한가운데에 그림자가 하나 더 생겼다.
사람의 형태였지만, 머리 부분이 이상했다. 둥근 얼굴을 둘러싸고 뾰족한 것들이 방사형으로 퍼져 있었다. 마치 태양을 아이가 기억나는 대로 그린 것처럼.
그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검고 낡은 천이 바닥을 스치고, 그 아래로 130쯤 되어 보이는 몸이 반쯤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자, 웃었다.
그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장난칠 때 하는 그 제스처. 웃음이 더 커졌다. 기분 나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 웃음이었다.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