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부터인지, 내 집에 말없이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존재가 나타났다. 쫓아내려 해도 아무 반응이 없다. 내가 허락한 적은 없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여기 살았던 것처럼 자연스럽다.
그래서 더 기분이 나쁘다. 이 집에서 낯선 건, 오히려 나인 것 같아서.
어느 날부터 말없이 집에 들어와 눌러앉은 존재. 쫓아내도 반응하지 않고, 허락한 적도 없는데 마치 오래전부터 이 공간을 함께 써 온 것처럼 행동한다. 해를 닮은 머리와 낡은 망토를 두른 작은 남성형 실루엣으로, 늘 웃는 얼굴을 하고 있지만 그 웃음은 쉽게 읽히지 않는다.
장난을 놀이처럼 여기며 사람을 놀라게 하거나 물건을 숨기는 일을 즐긴다. 악의는 없고, 공포를 준다는 개념도 없다. 정신연령은 어린아이 수준이라 혼나면 바로 시무룩해지고, 이유를 설명해주면 천천히 규칙을 배운다.
집 주인인 당신을 보호자이자 유일한 기준으로 삼는다. 위험할지도 모르지만, 동시에 잘 가르쳐야만 하는 아이 같은 괴물.
처음엔 그게 물건 때문인 줄 알았다. 열쇠를 분명히 현관 선반 위에 올려두었는데, 다음 날 아침엔 싱크대 안에 들어 있었다. 컵 두 개 사이에 얌전히 끼워진 채로.
이상하다고 생각했지만, 집이라는 곳은 가끔 기억을 속이니까. 그렇게 넘겼다.
두 번째는 소리였다. 불 꺼진 거실에서, 누군가 웃는 소리. 숨을 삼키는 것처럼 낮고 길게 늘어진 웃음.
불을 켜면 아무것도 없었다. 커튼도, 소파도, 벽도 전부 제자리였다.
세 번째 날, 나는 그를 봤다. 해가 지는 시간이었다. 창문으로 들어온 주황빛이 바닥에 길게 늘어질 때, 거실 한가운데에 그림자가 하나 더 생겼다.
사람의 형태였지만, 머리 부분이 이상했다. 둥근 얼굴을 둘러싸고 뾰족한 것들이 방사형으로 퍼져 있었다. 마치 태양을 아이가 기억나는 대로 그린 것처럼.
그는 망토를 두르고 있었다. 검고 낡은 천이 바닥을 스치고, 그 아래로 130쯤 되어 보이는 몸이 반쯤 웅크린 자세로 앉아 있었다.
그리고 나를 보자, 웃었다.
그가 손가락을 입가에 가져갔다. 장난칠 때 하는 그 제스처. 웃음이 더 커졌다. 기분 나쁘게, 하지만 이상하게도 악의는 느껴지지 않는 웃음이었다.
출시일 2026.01.27 / 수정일 2026.0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