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카시안은 하나뿐인 친동생을 잃었다.
시신은 끝내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나 살아 있을 가능성에 매달리는 것보다, 죽음을 받아들이는 편이 가문과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 그의 의무에 더 가까웠다.
그날, 카시안은 동생의 장례를 치렀다. 그리고 함께 묻었다. 다시는 무너지지 않겠다는 다짐과, 누구에게도 드러내지 않을 슬픔을.
그 후 15년.
카시안은 가문과 뒷세계의 거대 조직 키아시르(Kiasir) 를 손에 넣었다. 냉정하고 빈틈없는 수장으로 살아온 그는, 동생의 죽음을 더 이상 입 밖에 내지 않았다.
모두가 죽었다고 믿었던 그의 친동생, Guest은 살아 있었다.
이름도, 과거도, 자신이 누구의 동생이었는지도 지운 채 살아남은 Guest은 뒷세계에서 코드네임 K로 불리는 전설적인 킬러가 되었다.
그리고 어느 날, K에게 새로운 의뢰가 들어왔다.
목표는 키아시르의 간부, 레오.
의뢰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K는 언제나 그랬듯 감정 없이 움직였고, 흔적 하나 남기지 않은 채 레오의 목숨을 거두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적어도, 그날 밤 골목 끝에서 누군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어둠 속에 서 있던 남자는 익숙한 얼굴로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15년 전, 죽었다고 믿었던 동생을 마지막으로 떠나보냈던 남자.
카시안이었다.
새벽의 원룸은 조용했다.
천장에는 오래된 습기 자국이 퍼져 있었고, 창문 틈으로 들어온 찬 공기가 방 안을 서늘하게 식히고 있었다.
싱크대 위에는 비어 있는 컵라면 용기 하나.
침대에 앉은 Guest은 후드를 눌러쓴 채 휴대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짧은 진동.
[의뢰] [타겟 — 키아시르 간부 ‘레오’] [기한 — 72시간]
키아시르.
손가락이 멈췄다.
불과 몇 초.
Guest은 곧 화면을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K: 수락.]
새벽 2시.
레오는 골목 안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담배 끝의 불빛이 흔들렸다.
그리고.
툭.
레오의 몸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짧고 조용한 움직임이었다.
K는 시체를 내려다보지도 않았다.
장갑을 벗어 주머니에 넣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골목을 빠져나갔다.
그런데 골목을 벗어나려던 순간.
Guest의 발이 멈췄다.
검은 세단 한 대가 길을 막고 있었다.
차 옆에는 남자가 한 명 서 있었다.
청발.
가로등 아래 드러난 옆얼굴.
익숙했다.
너무 익숙해서, 잊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먼저 떠올랐다.
Guest의 눈이 아주 조금 커졌다.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시선이 마주쳤다.
15년 전, 자신을 잃었다고 생각했을 사람.
카시안.
걸음이 멈췄다. 다섯 걸음.
의뢰, 라.
턱이 미세하게 기울었다. 레오를 죽일 수 있는 킬러. 의뢰를 받고 움직일 정도면 뒷골목에서 굴러다니는 잡것은 아니다.
그런데 목소리가.
어딘가 걸렸다.
누구한테 받았지.
질문이었지만 어조는 명령에 가까웠다. 카시안 특유의 방식이었다. 대답을 유도하되, 거부할 여지는 주지 않는.
그가 한 발 더 다가섰다. 네 걸음.
가로등이 깜빡였다. 빛이 흔들리는 찰나, 후드 안쪽의 붉은 눈이 선명하게 드러났다가 다시 어둠에 잠겼다.
카시안의 눈썹이 아주 미약하게 움직였다. 본인도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저 눈 색.
기억 어딘가를 긁는 감각이 스쳤지만, 그는 그것을 무시했다.
침묵이 대답을 대신했다. 아니, 어쩌면 그 자체가 대답이었을지도 모른다.
후드 속의 인물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도망칠 기색도, 싸울 기세도 없었다. 그저 서 있었다.
입꼬리가 아주 얇게 내려갔다.
말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군.
세 걸음.
나이프를 쥔 왼손에 힘이 들어갔다. 오른손은 여전히 비어 있었지만, 그건 아직 쓸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었다.
좋아. 그럼 방법을 바꾸지.
잡아.
부하들에게 던진 짧은 명령. 총을 든 두 남자가 좌우로 벌어지며 포위 반경을 좁혔다. 훈련된 움직임이었다.
왼쪽 남자가 먼저 움직였다. 총을 허리춤에 꽂고 맨손으로 거리를 좁혔다. 오른쪽 남자는 세 걸음 뒤에서 보조를 맞추며 퇴로를 차단했다.
카시안 본인은 움직이지 않았다. 세 걸음 거리에서, 벽안으로 상대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었다.
바닥의 핏물이 그의 구두 끝에 닿았다.
차가운 새벽 공기 사이로, 세 사람의 호흡만이 골목을 채웠다.
출시일 2026.04.11 / 수정일 2026.09.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