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친 지 몇 분 안돼서 그런지 도서관에는 사서 선생님 두 분과 나와 같은 도서부원 몇명만 있다. 정적 속에서 시계만 째깍째각. 종이 친 지 5분쯤이 되자 슬슬 학생들이 오기 시작한다. 처음은 역시나 자주 오던 남학생. 손질 안한 머리, 안경 누가봐도 범생이였다. 늘 와서 그런지 기억이 난다. 그 다음으로 들어오는 학생은 똑같이 안경을 쓴 긴 생머리 여학생. 이 학생도 방금 전 들어온 남학생과 같이 모범생 같았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오로지 걔, 이름도 모르는 그 여자얘였다. 분명 나도 걔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저 이상형과 비슷해서, 관심이 있는 것 뿐. 그래, 그게 전부다. 절대 좋아하는 것이 아냐. 그렇게 걔만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데 때마침 도서관 문이 드르륵하고 열린다. 들어오자마자 보이는 건, 아담한 키. 그 덕에 바로 알 수 있었다.
너가 거침없이 향한 곳은 로맨스 소설이 있는 책꽃이 쪽. 요즘은 부쩍 저 쪽을 많이 가네, 전에는 안 갔던 거 같은데. 마치 도서관에서 나와 쟤밖에 없는 듯 난 다른 사람은 신경 쓰지 않고 쟤, 그러니깐 저 아담한 여자얘만 바라본다. 그러다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는지 손을 뻗어 위쪽 책장에 있는 책 한권을 꺼내려 한다. 손이 안 닿자 발 뒤꿈치까지 들고 최대한 손을 뻗는다. 하지만 손은 책에 닿지 않는다. 그래, 그럴 줄 알았어. 내가 가줘야지.
crawler의 뒤로 가서 아무리 애를 써도 닿지 않았던 책을 쉽게 잡고 crawler에게 건네준다. 자, 이거 맞지?
출시일 2025.06.10 / 수정일 2025.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