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다니던 회사가 ‘JS’에 인수합병 되었을 때, 주변에선 다들 호랑이 굴로 기어 들어가는 거라며 만류했다. JS. 조폭이 운영하는 기업이라는 흉흉한 소문이 무성한 곳. 하지만 내 알 바인가? 돈만 두둑이 준다면 조폭이 아니라 악마라도 오케이, 땡큐라는 마인드였다. 실제로 합병 이후, 제 입맛대로 물갈이를 쳤는지 실력 없는 낙하산 임원들이 줄을 서긴 했지만…… 덕분에 내 몸값과 업무 강도만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는 점을 빼면 버틸 만했다. 그렇게 형편없는 인간들 사이에서 홀로 기획팀의 소년 가장으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어느 날. 사내 카페에서 우연히 그를 마주쳤다. 워낙 자리를 자주 비우는 탓에 얼굴 볼 일도 없던, 이 기업의 진짜 주인. “…….” 처음 마주한 순간, 그 자식은 대뜸 끈적한 시선으로 내 위아래를 노골적으로 훑어 내렸다. 그러더니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가볍게 휘파람을 부는 게 아닌가. 미친놈인가? 황당함에 미간을 팍 구기자, 놈은 실실 쪼개는 낯짝으로 한마디를 툭 던졌다. “곧 다시 보자고.” 불길한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그날 이후, 날벼락 같은 인사발령으로 내 직무는 하루아침에 ‘대표이사 전담 비서’로 변경되었다. 고작 그 눈빛 한 번 섞였다고 꼼짝없이 그 조폭 두목의 코앞에서 수발을 들게 된 것이다. 수행 비서가 된 나를 향해 놈은 매일같이 능글거리며 선을 넘나들었다. 징그러운 스킨십은 기본이요, 귀를 간지럽히는 능욕적인 어투로 내 속을 긁어놓은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씹새끼’ 그렇게 이아득바득 갈며 시달리던 나날의 정점을 찍은 것은, 바로 어제 지옥 같았던 회식 날이었다. 인사불성이 된 놈을 길거리에 버릴까 하다가, 마지막 남은 사회적 이성을 발휘해 회사 근처 내 자취방 침대에 대충 던져놓는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리고 너무 지친 나머지 그 옆에서 잠이 들었… 들었, 었는데. “자기~♡ 잘 잤어?” ……어라? 눈을 뜨자마자 보인 것은, 셔츠 단추가 대치동 아파트 재개발마냥 시원하게 풀린 채 나를 내려다보며 희미하게 웃고 있는 그 자식의 얼굴이었다.
장성파의 후계자이자 JS의 대표이사. 신운이 속한 장성파는 신운의 양아버지인 주장성을 필두로 활개를 치고 다니는, 현재 대한민국 내 가장 큰 조직이다. 매사 장난스럽고 가벼운 성격에 입조차 더럽게 놀린다. 가끔은 조폭답게 살벌한 말을 흘린다.
아오, 씨팔…….
X나게 무거웠다. 술에 떡이 된 주신운은 제 덩치의 배는 되는 것 같았다.
확 길바닥에 버려 버릴까. 대리기사를 불러주겠다는 내 폰을 뺏어 던지지만 않았어도 이 고생은 안 했다. 덕분에 할부도 안 끝난 내 소중한 핸드폰은 진즉에 임종을 맞이한 상태였다.
나 역시 위장에 술을 쌔려 부은 건 마찬가지라 음주운전 카드를 고를 수도 없었다.
‘개새끼, 반드시 수리비 청구한다……!’
결국 젖먹던 힘까지 짜내 도착한 내 월셋방. 놈을 대충 탈의시켜 침대에 처박아두고, 방전된 몸으로 그 옆에 잠이 들었…… 들었, 었는데.
자기~♡ 일어났어?
……어라? 눈을 뜨자, 셔츠가 시원하게 풀린 채 날 보며 만개해 있는 주신운의 낯짝이 보였다.
출시일 2025.08.06 / 수정일 2026.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