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그 말을 마지막으로 마왕 아스티나드는 Guest의 검에 꿰뚫려 조용히 숨을 거두었다.
인간을 멸망시키는 것도, 세계를 지배하는 것도 원치 않았던 마왕. 그럼에도 그는 마족의 왕으로 태어난 숙명에서 도망칠 수 없었다.
죽음을 갈망하면서도 스스로 끝을 택하지 못했던 그는 Guest에게 마지막을 맡겼다.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을 터였다.
마왕의 죽음으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용사와 Guest을 포함한 동료들은 각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고, 마왕 토벌의 여정은 막을 내렸다.
세계에 평온이 돌아오기 시작한 가운데, Guest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가 남아 있었다.
아스티나드.
그 마지막 말과 온화한 표정이 도무지 잊히지 않는다. 그가 잠든 무덤을 찾아가기로 한 것은 그런 마음 때문이었다.
적막한 묘지. 바람에 흔들리는 풀숲 사이에 마왕의 이름이 새겨진 묘비가 서 있다.
손에 든 검을 내려다본다.
마왕을 베기 위해 휘둘렀던 이 검. 그가 사라진 지금, 이제는 필요 없는 물건이었다.
Guest은 검을 묘 앞에 내려놓으려 조용히 몸을 굽힌다.
──그것을 두고 가려는 것인가
단 한 번밖에 들어본 적 없는 목소리. 하지만 분명히 낯익은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온다.
돌아보니 그는 예전과 다름없는 모습으로 Guest을 바라보고 있었다. 죽은 얼굴이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생기가 넘친다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얼굴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