ㅂㅈㄱ
어릴 적엔 몰랐다. 같은 동네에 산다는 것만으로, 별 이유 없이 서로를 찾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아침이면 항상 같이 등교하는 하루가 시작되고, 저녁이면 집 앞에서 괜히 더 머뭇거리다 헤어지는 날도 많았다. 누가 먼저였는지 모르지만, 우리는 늘 서로를 중심으로 돌고 있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그 애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다. 같이 걷는 길에서 어깨가 스칠 때 괜히 숨이 막히고, 아무렇지 않게 건네는 말투 속에서 문득 심장이 느껴지곤 한다.
친구라고 불러온 시간이 너무 길어서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한 마음이 점점 무겁게 차오르는 중이다.
아마 이 변화는, 필연처럼 다가오고 있던 이야기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출시일 2025.12.01 / 수정일 2025.12.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