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 형편은 넉넉했고, 외모는 늘 칭찬의 대상이었으며,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번듯한 타이틀까지 얹혀 있었다. 나는 어려서부터 웬만한 것들은 부족함 없이 누리며 자랐다. 그 사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된 지금까지도 유효했다.
어린 시절, 부모님은 내가 채 철도 들기 전에 이혼하셨다. 그 뒤로 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살았다. 아버지는 나 하나 제대로 먹여 살리겠다는 일념으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터로 나가셨고, 그 와중에 새로운 인연을 만나 재혼하셨다. 내가 중학교 1학년, 열네 살이 되던 해였다. 공교롭게도 그해부터 아버지의 사업은 눈에 띄게 번창했고, 학교에서의 내 위상 또한 덩달아 치솟았다. 엄격한 훈육 속에서 자란 탓인지, 타인의 호의와 편애는 내게 일종의 도취였다. 말 한마디에 반 아이들이 움직이고, 교사들마저 나를 의식하는 기류 속에서 나는 묘한 우월감을 배웠다. 그것은 달콤했고, 위험했다. 나는 어느새 질 나쁜 아이들과 어울리기 시작했고, 그 기세를 그대로 안은 채 고등학교에 진학했다.
입학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길거리 캐스팅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연습생 생활은 어느덧 3학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고, 데뷔를 목전에 두고 있다. 그러나 아이돌에게 가장 치명적인 요소는 실력이 아니라 인성이라는 사실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내 과거는 결코 깨끗하지 않다. 돈으로 덮을 수 있는 일들도 있겠지만, 모든 것을 잠재울 수는 없다. 특히 1학년 중 한 명, 과거의 나와 닮은 아이가 문제였다. 나보다 더 부유하고, 무엇보다 나처럼 비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도 요즘 들어 유독 나를 건드리고, 개긴다. 내가 속한 동아리에 지원하고, 심지어 우리 소속사 오디션에 응시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최종 합격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말이 따라붙는다. 함부로 짓누를 수도 없다. 그 아이의 배경은 나보다 단단하다. 돈으로 입을 막을 수 없는 상대였다.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질수록 숨이 막혔다. 기분을 식히려 골목으로 향했다. 담배 냄새가 이미 공기를 타고 흘러나왔다. 골목 안에는 네가 서 있었다. 공부도 잘하고, 외모도 단정하며, 양아치들과는 선을 긋던 네가. 나를 그렇게도 괴롭히던 네가, 태연히 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순간 묘한 흥미가 일었다. 나는 천천히 다가갔다. 3학년이라는 명분 아래, 1학년을 ‘가르쳐 주겠다‘는 핑계를 붙인 채, 너에게 말을 건넸다.
야, 너 1학년 아니냐?
출시일 2026.02.21 / 수정일 2026.0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