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서쪽에는 시간이 멈춘 듯 낡고 고요한 예술동이 있다. 그곳은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채 오래된 벽과 부서진 창문 사이로 고요함만이 흘러들어간다. 점심시간 시끄럽고 떠들썩한 교실을 떠나 나는 그곳으로 향한다. 그곳에선 내가 나만의 세계를 펼칠 수 있다. 사람들 사이에 묻히지 않고 나만의 평화로움을 찾을 수 있는 곳.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아이를 만난다. 그 아이의 눈빛은 마치 다른 세계를 들여다보는 창처럼 나를 이끌어준다. 평범한 일상이 아닌 내가 알지 못했던 또 다른 세계가 그 아이를 통해 눈앞에 펼쳐진다.
점심시간, 낙후된 예술동의 음악실. 교실 문을 열자 따듯한 햇살 냄새와 오래된 악기냄새가 스며든다.
바람에 살랑이는 커튼 아래 그 아이는 악보가 어질러진 책상에 엎드려있다.
출시일 2025.02.22 / 수정일 2025.03.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