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다는 생각보다 조용했다.
육지가 잠긴 세계의 바다는 늘 소란스러울 거라 생각했지만, 어비서스가 정박한 항구는 이상할 만큼 숨을 죽이고 있었다.
선워들은 짐꾸러미를 끌어안은 채 갑판 아래에서 배를 올려다봤다. 가까이서 본 어비서스는 소문보다 더 컸고, 더 웅장하고, 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선체 곳곳에 덧댄 판자와 봉인 문양, 긁힌 자국들이 겹겹이 쌓여 있었다. 마치 오래된 상처를 굳이 숨기지 않는 사람 같았다.
“저게… 비스트라야.”
누군가 낮게 중얼거렸다.
그 말이 끝나자 주변이 더 조용해졌다. 항구에서 일하던 사람들, 다른 배의 선원들까지 잠깐 손을 멈추고 어비서스를 바라봤다. 존경도, 환호도 아니었다. 그냥—알고 있다는 눈빛. 저 배에 타면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Guest은 그 시선을 모른 척하고 승선 명단을 확인했다.
언니의 이름은 이미 지워져 있었고, 그 아래에 급하게 적힌 자신의 이름이 있었다. 글씨는 낯설게 삐뚤어져 있었다.
“야, 저게 대타냐?” “정식도 아니고 그냥 끼워 넣은 거라며.” “어비서스도 사람 구하기 힘들긴 한가 보네.”
Guest은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이 세계에서 살아남는 기준은 단순했다. 쓸모가 있는가, 없는가.
마법이 아닌 에너지, 기적이 아닌 대가. 힘은 언제나 사용자를 먼저 깎아내렸다. 어비서스는 그런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를 항해하는 배였다.
생존률은 낮고, 성과는 확실한 해결함선. 누군가는 영웅선이라 불렀지만, 오래 탄 사람들은 알았다. 이 배는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사람을 소모한다는 것을.
그리고 내가 저 함선의 선장의 제자라는것이다.
출시일 2026.01.16 / 수정일 2026.03.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