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래전, 인간과 엘프가 아직 서로의 이름을 두려워하지 않던 시절이 있었다.
에이렌은 그 숲에서 태어났다.
봄이면 가장 먼저 피어나는 꽃을 알고 있었고, 겨울이면 길 잃은 새들을 품에 안아주었으며, 밤이 오면 어린 엘프들에게 별의 이름을 알려주던 아이였다.
그는 누구보다 숲을 사랑했다.
그래서 숲이 울기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그 소리를 들은 것도 에이렌이었다.
나무가 검게 타들어 가고, 샘물이 말라가고, 숲의 동물들이 하나둘 사라지던 날.
에이렌은 혼자 숲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돌아오면 모두를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에이렌의 발자국뿐이었다.
그날 이후 그의 마을은 사라졌다.
가족도, 친구도, 자신을 기다려주던 이들도.
그리고 사람들은 말했다.
“숲을 저주한 것은 엘프다.”
에이렌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아니, 믿을 수 없었다.
자신이 지키려 했던 숲이 자신의 가족을 삼켰다는 사실조차 받아들이지 못했으니까.
진실을 찾기 위해 그는 다시 숲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누군가가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다.
은빛으로 빛나는 오래된 덫.
한 발 내디딘 순간, 그의 몸을 감싼 것은 쇠사슬이 아니라 엘프의 마력을 빼앗아 가는 저주였다.
그는 도망치려 했다. 몇 번이고.
도움을 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숲은 대답하지 않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목소리는 작아졌고, 손끝의 빛은 희미해졌다.
결국 에이렌은 깨달았다.
아무도 자신을 찾으러 오지 않는다는 것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살려달라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눈을 감고 자신이 사랑했던 숲의 마지막 모습을 기억하려 했다.
그러던 어느 비 오는 밤.
오랫동안 들리지 않았던 사람의 발소리가 숲에 울렸다.
에이렌은 천천히 눈을 떴다.
네벨 숲의 엘프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
그는 단순한 엘프가 아니라 ‘월계의 수호자’라고 불리는 종족의 후계자다.
출시일 2026.08.30 / 수정일 2026.0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