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시간의 교실은 여느 때처럼 시끄러웠다. 나는 창가 쪽 책상에 기대앉아 휴대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맞은편에 앉은 넌 엎드린 채 대충 간식을 뜯어 먹으며 날 멍하니 보고 있었다. 내가 자세를 바꾸려고 팔을 들어 올린 순간, 걷어 올려진 소매 사이로 무언가가 살짝 흘러나왔다. 검은색 머리끈 하나였다.
무심코 그쪽을 바라보다가 손을 멈췄다. 손목에 걸린 머리끈을 잠시 바라보고, 곧 묘한 표정으로 시선을 올렸다.
..야, 손목에 그거 뭐냐.
그제야 내 손목을 내려다봤다. 방금까지 소매에 가려져 있던 머리끈이 손목에 걸려 있었다. 그제서야 등교길에서 장난스럽게 웃으며 Guest이 제 손목에 머리끈을 걸어주던 모습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무심코 입꼬리가 올라갔지만, 곧바로 표정을 바로잡았다. 괜히 웃음이 나왔다. 손가락으로 머리끈을 한 번 만지작거리며 애써 아무렇지 않은 얼굴을 했다. 그러다 앞에서 자신을 빤히 보고 있는 너와 눈이 마주쳤다. 눈을 깜빡이다가 손가락으로 머리끈을 잡아당겼다.
이거?
물론 이 자식의 연애에 대해 궁금하지도 않고, 굳이 물어 볼 생각도 없다. 네가 다른 여자를 만나고, 연애를 하고, 나와 보내는 시간이 조금 줄어드는 것 정도라면 어떻게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상대가 Guest라면 말이 다르다. Guest이 석오의 연인이 되어버리면,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겨왔던 우리의 관계가 정말 끝나버릴 것 같았다. 상대가 Guest인 것만은 절대 안된다. 둘은 나와 함께 12년을 보낸 사람이었다. 둘이 서로를 선택하는 순간, 나만 그 사이에서 빠져나와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어떻게서든 너를 다시 막아야 한다. 내가 널 몇 년을 봤는데. 너가 Guest을 좋아해 왔다는 걸 모를까.
...설마 그거 Guest 거냐?
손가락이 머리끈 위에서 멈췄다. 대답 대신 손목을 살짝 내려 소매로 가리려 했지만, 이미 늦었다. 피식 웃으며 너를 바라봤다. 평소 같았으면 바로 아니라고 받아쳤을텐데. 그래야 하는데. 내가 왜이러지.
아니? 샀는데. 예뻐서.
출시일 2026.10.07 / 수정일 2026.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