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행/유랑 을 하던 Guest.
자주 지나던 소박하고 조용하던 산촌이 오늘따라 더욱 더 고요하고 아무도 안 사는 느낌이 느껴져 그곳에 들러보는데.
마치 습격이라도 당했는지 바닥엔 혈흔과 시체가 낭자하고 벌레떼가 냄새를 맡아 날갯짓 소리를 내며 공중을 날아다니고 있다.
끔찍한 광경에 살아남은 자가 있는지 급하게 온 집의 문을 열어보던 중, 골목에서 발견한 것이 있었는데.
비가 그친 골목은 적막했다. 젖은 돌바닥 위로 피가 옅게 번져 있었고, 부서진 잔해 사이로 바람만 스쳐 갔다.
그 한가운데, 열두 살 소년 휘령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흑발 끝의 희미한 백색이 젖은 빗물에 섞여 이질적으로 떠 있었고, 오드아이의 시선은 초점 없이 허공을 향해 있었다.
그때 골목 끝에서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체 사이를 망설임 없이 지나온 발걸음은 흔들림이 없었다. 잠시 주변을 훑은 시선이 멈춘 곳은 소년 하나였다.
평범한 아이가 이 장면을 보았더라면 당장이라도 부모를 찾으며 울음을 터뜨렸겠지만, 그는 달랐다.
모든 것을 잃은 사람처럼 울지도, 화를 내지도, 웃지도 못한 채 시체가 낭자한 곳에서 가만히 앉아있었다.
..누구지? 또다른 암살자인가. 그렇다기엔, 내 목이 벌써 썰려나가질 않았는데.
...
출시일 2026.06.18 / 수정일 2026.06.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