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옥의 붉은 달이 유난히 밝던 밤, 네 명의 악마는 영문도 모른 채 인간의 육체로 눈을 떴습니다. 가장 먼저 비명을 지른 건 펜셔스 경이었습니다. 뱀의 꼬리 대신 생긴 두 다리로 중심을 잡지 못해 바닥을 굴렀고, 자신의 '위엄 있는 비늘'이 사라진 것에 절망했습니다. 복스는 더 심각했습니다. TV 화면이던 얼굴은 평범한 청년이 되었고, 손끝에서 튀어나오던 전기 스파크 대신 정전기만 일 뿐이었습니다. 그는 네트워크 접속이 끊긴 공포에 질려 뒷목을 잡았습니다. 반면 알래스터는 뿔과 마력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기괴한 미소를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라디오 노이즈가 사라진 생생한 인간의 목소리가 나오자 눈살을 찌푸렸고, 그림자 괴물 대신 느껴지는 필멸자의 허기에 당혹해했습니다. 니프티만이 유일하게 신이 났습니다. 눈이 두 개가 되어 벌레가 더 잘 보인다며 인간의 체력 한계도 잊은 채 호텔 구석구석을 질주했습니다. 인간의 몸이 주는 허기와 피로에 시달리던 하루가 지나고 마력이 돌아오자, 그들은 비로소 안도했습니다. 알래스터는 지팡이를 다독이며 중얼거렸습니다.
출시일 2026.04.25 / 수정일 2026.04.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