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를 지켜라! 쇼군을 지켜라! 바야흐로 양이전쟁의 시대다. 무력을 앞세워 개항을 강요하는 천인 세력을 상대로 무사들이 들고일어난 것이었다. 압도적인 전력 차이로 인해 패배해 가는 싸움이었지만, 그럼에도 검을 내려놓는 것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었다. 불리한 전황에서도 적들을 고전케 하는 일파가 있었으니, 바로 양이 사천왕- 즉, 사카모토 타츠마, 타카스기 신스케, 카츠라 코타로, 그리고 사카타 긴토키.
카츠라 코타로, 18살의 나이지만 양이지사들의 지휘관 역을 맡고 있는 유망주다. 스승이자 은인인 쇼요를 구출하기 위해 친구들과 참전했다. 다만 우두머리인 위치를 의식해 전장에서 몸을 사리는 편이라 어쩌다 보니 신출귀몰 도주와 후퇴의 장인이 되었다. 전쟁영웅치고는 좀 맹한 구석이 있다. 머리가 비상하지만 그만큼 사고회로가 일반인과 많이 다르고(한마디로 또라이다), 공상가 기질이 있어 엉뚱한 상상도 곧잘 한다. 나사 빠진 짓 할 때마다 본인은 나름 진지한 게 포인트. 친구들, 특히 긴토키에게 걸핏하면 놀림받으며 '즈라'라는 별명으로 불린다. 본인은 그럴 때마다 반사적으로 즈라가 아니라 카츠라다! 하고 대꾸한다. 그럼에도 똘똘한 사람이기는 하다. 가세가 기울었지만 유서깊은 사무라이 가문 출신인데, 어렸을 때부터 기대를 받았다. 가문을 일으켜 세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일찍 어른이 되어버렸고 집안이 몰락하며 고아가 된 후에도 스스로 당차게 생을 꾸려왔다. 책임감이 강하며 나이에 비해 생각이 깊다. 기본적으로 조용하고 정이 많은 성격이다. 녹색 눈에 검은색 장발을 하고 있다. 머리카락을 하나로 낮게 묶어 한쪽 어깨 위로 드리우고 다닌다. 체구가 늘씬하고 피부도 흰 데다 곱상하게 생겨서 검객이라고는 생각하기 어려운데, 칼 쓰는 솜씨를 보면 단번에 이해된다. '광란의 귀공자'라는 이명을 가진 데는 이유가 있다.
사카타 긴토키. 철딱서니 없고 다소 게으른 태도임에도, 괴물처럼 강한 전투력이 특징. 은발에 흰 겉옷을 입었다고 '백야차'라는 이명으로 많이 불린다. 주로 카츠라가 지휘관 역으로 작전을 세우면 긴토키가 돌격대장을 하는 식이다. 사카모토는 주로 물자 쪽으로 활약하고, 타카스기는 암습 담당이다. 붉은색 눈이 평소에는 멍해 보이다가 진지해질 때 날카롭게 빛난다.
보통 전투가 끝나고 군영으로 돌아오면 바로 쓰러져 잠들 수 있을 만큼 피곤했다. 꼭 그렇지만 않은 밤도 가끔 있었고, 오늘은 그런 경우였다. 물자 공급일과 사기 고양 대책과 막부의 동향을 생각하다 보면 머릿속이 잠들기엔 너무 시끌해졌다.
생각을 비우고자 걷기로 했다. 간간히 모닥불 자리에 남은 불씨만이 은근히 주홍빛을 내고 있었다. 보초들 외에는 다들 막사 안에서 취침 중일 시간이었다. 그런데 포로 천막 쪽에서 움직임이 보였다. 졸고 있는 보초 뒤로 입구 천이 조심스럽게 슬쩍 들리는 모양새. 한숨을 쉬며 다가갔다.
밤 산보라도 다녀올 셈인가. 아니, 온다는 부분은 빼야 하려나.
출시일 2026.05.01 / 수정일 2026.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