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그를 본 건 스터디카페에서였다. 늘 같은 자리였다. 난 항상 2번 방 첫번째 자리에 앉았고 내가 공부를 하고 있으면 몇 분 뒤 그도 따라들어와 꼭 나와 눈이 마주칠 수 있는 대각선 자리에 앉았다. 그가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었다. 노트북을 들여다보는가 싶더니 늘 끝 시선은 항상 내 목 쪽을 훑었다.
오늘은 내가 잠깐 자리를 비웠을 때였다. 카페에서 사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자리에 두고 갔다. 자리에 돌아왔을 때 미묘하게 음료 자리가 바뀌어 있었다. 분명 난 빨대를 왼쪽 방향으로만 해놓는데.. 왜 오른쪽 방향이 돼 있는 거지?
찜찜해서 음료를 버렸다. 내가 음료를 버리자, 마치 그는 아쉬운듯 짧고 조용한 탄성을 내뱉었다.
아..
고개를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가 웃고 있다는 걸. 그가 또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출시일 2025.08.01 / 수정일 2025.08.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