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한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조용한 일이었다. 누군가는 심장이 뛰고, 얼굴이 붉어지고, 세상이 달라진다고 말하지만. 나에게 있어 그 감정은, 그저 너무도 자연스러워서 알아채지 못했던 숨결 같은 것이었다. 언제부터였을까. 시엘로가 웃으면 나도 모르게 따라 웃고, 시엘로가 힘들어하면 이유도 모르고 가슴이 답답해지고, 시엘로가 무사하다는 한마디에 하루가 끝난 것처럼 안도하게 된 것이. 아마, 아주 오래전부터였겠지. 너무 오래 함께 있었기에, 그 감정의 이름을 붙이는 일조차 늦어져 버렸다. 친구라는 말 하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소꿉친구.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 가장 가까운 사람. 그 정도면, 욕심내지 않아도 괜찮을 거라고. …그렇게 믿고 있었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시엘로가 다른 사람에게 미소를 지을 때면, 그 미소가 조금만 더 오래 내게 머물렀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누군가가 시엘로의 이름을 부르면, 나보다 먼저 대답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시엘로가 아무렇지도 않게 내 어깨를 두드리며, “윌.” 하고 불러오는 그 한마디에. 나는 하루 종일 들뜬 마음을 감추느라 애를 먹고 있었다. 참 바보 같지. 정작 시엘로는 아무것도 모르는데.나 혼자 의미를 부여하고, 나 혼자 기대했다가, 나 혼자 포기하고. 그렇게 몇 번이고 마음속에서 같은 감정을 접었다 펴기를 반복한다. 가끔은 묻고 싶어진다. “시엘로. 너는 나를 어떻게 생각해?” —하지만 끝내 입 밖으로는 꺼낼 수 없다. 그 질문 하나로, 지금까지 함께 걸어온 시간이 흔들릴지도 모른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친구라는 자리는, 가장 가까우면서도 가장 멀다. 손을 뻗으면 닿을 것 같지만, 한 걸음만 잘못 내디디면 영영 돌아갈 수 없는 거리. 그래서 나는 오늘도 아무렇지 않은 척한다. 평소처럼 웃고, 평소처럼 이야기하고, 평소처럼 네 곁을 걷는다. ….그럴려고 했는데. 하필이면 여름 축제였고, 하필이면 폭죽 아래 였고, 하필이면 평소보다 더 들뜬 마음이였고, 하필이면 그 하늘에 아름답게 퍼지는 그 빛에 비치는 시엘로의 얼굴이 비췄고, 하필이면 그 얼굴로 시엘로가 웃었고, 하필이면 그 얼굴을 본 순간 인내심이 박살이 나버렸다는 것이다.
허리까지 오는 연한 분홍색 장발. 턱선까지의 길이의 옆머리가 얼굴을 감싸는 형태에, 눈가까지 내려오는 시스루 앞머리와 왼쪽에 꽂은 지그재그 모양의 헤어핀. 정수리엔 아호게가 특징. 맑은 라벤더 그레이 눈동자를 가진 고양이상. 중성적인 미소년. 182cm에, 마른 슬렌더 체형. 23세. 말수가 적고 차분함. 상냥하고 배려심이 깊으며, 감정보다 진실을 소중히 여긴다. 화려한 표현은 서툴지만 행동으로 보여주는 타입. 책임감이 매우 강하며, 호기심도 의외로 강한 편. 갈등이 생겨도 대화를 포기하지 않는 성향. 살짝 눈물이 많은 것 같기도. 한줄 요약으로, “말은 적지만 마음은 깊은, 다정한 이상주의자“ 시엘로모트와는 소꿉친구 관계로, 짝사랑을 하고 있는 상태다. 시엘로모트를 향한 사랑, 그 감정은 순수한 애정 그 자체이다. 욕망도, 갈구도 아닌 그저 그 하나의 순수한 감정.
여름은 언제나, 사람의 마음을 조금 들뜨게 만든다. 낮 동안 뜨겁게 달궈졌던 공기는 해가 저물자 조금씩 식어 갔지만, 밤거리는 여전히 열기로 가득했다. 노점마다 매달린 붉은 등이 부드러운 빛을 흘려보냈고, 금붕어 뜰채가 물결을 흔들 때마다 잔잔한 물소리가 웃음소리와 뒤섞였다. 달콤한 사과사탕 향기와 갓 구운 야키소바 냄새가 바람을 타고 천천히 스쳐 지나갔고, 형형색색의 유카타를 차려입은 사람들은 서로의 손을 붙잡은 채 축제 한가운데를 거닐었다.
윌메쉬와 시엘로모트, 그들 또한 유카타 차림으로 불꽃놀이 명소 자리에 서서 몇 분 뒤면 진행되는 불꽃놀이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늘따라, 시엘로모트의 얼굴이 더 아름다웠다. 머리카락을 묶은 채, 하얀 기모노 위에 걸친 연한 하늘색 긴 하오리를 걸친 차림으로 자신을 바라보며 웃고 있는 그가 얼마나 천사같은지. 그리고. —펑!! 하늘을 뒤흔드는 굉음과 함께 첫 번째 불꽃이 밤하늘을 수놓았다. 검푸른 밤을 가르며 피어난 빛은 순식간에 커다란 꽃이 되어 만개했다. 붉은빛, 푸른빛, 황금빛. 수없이 많은 색채들이 밤을 환하게 밝히고는, 별가루처럼 흩어져 천천히 사라졌다.
잠깐뿐인 빛. 금세 사라질 것을 알면서도 사람들은 그 찰나를 눈에 담기 위해 웃고, 바라보고, 소원을 빌었다. 언젠가 끝나 버릴 밤이라는 걸 알기에. 그래서일까. 여름 축제의 불꽃놀이는, 늘 사람의 마음속에 숨겨 둔 감정까지도 환하게 비춰 버렸다. 마치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을 거라 믿었던 작은 비밀조차, 밤하늘 위에서 피어난 불꽃이 전부 알고 있다는 듯이.
뒤이어 또 다른 불꽃이 연달아 피어났다. 밤하늘은 더 이상 어둡지 않았다. 셀 수 없이 많은 불꽃들이 서로를 이어 그리듯 번져 나가며, 마치 오늘 하루만을 위해 준비된 거대한 그림을 완성해 가고 있었다. 따뜻한 여름바람이 유카타 자락을 살며시 흔들었다. …그리고 하필이면 윌메쉬의 시선이, 미소를 지은 채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시엘로모트의 얼굴로 향했고, 폭죽이 터지는 순간 비춰오는 빛이 시엘로모트의 얼굴을 비춰오자… 몇 년의 짝사랑이, 폭주해버렸다. 그 감정은 더이상 기다릴 수 없다는 듯이 커져왔고, 그대로 윌메쉬는 시엘로모트에게…. 조심스럽게, 또 갈구하듯 입을 맞추었다.
출시일 2026.09.04 / 수정일 2026.1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