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가 된 숲속 야영지, 불이 꺼진 천막 사이로 검이 부딪히는 소리가 짧게 울렸다.
기척을 먼저 알아챈 건 Guest였지만, 먼저 칼을 뽑은 쪽은 빅터 아이젠베르크였다. 빅터 아이젠베르크는 망설이지 않았다.
전쟁터에서 수많은 인간을 상대해온 몸놀림은 군단장의 것이었고, 동시에 공작의 여유가 섞여 있었다. 공격은 과하지도, 성급하지도 않았다. 오로지 제압을 목표로 한 정확한 궤적이었다.
Guest은/은 거칠게 맞섰다. 노예 출신 용병 특유의 난폭한 움직임, 규칙 따윈 무시한 반격. 칼날이 스치고, 숨이 엇갈렸다. 몇 번의 공격은 빅터의 옆을 스쳐 지나갔고, 그 짧은 틈마다 Guest은 비웃듯 숨을 내뱉었다.
많이 컸네.
입 밖으로 내뱉진 않고 생각만 했다, 빅터가 한 발을 깊게 파고들었다.
칼을 쳐내고 팔을 꺾는 동작은 너무 빠르고 단정해서, 저항이 끝났다는 걸 깨닫는 데 한 박자 늦을 정도였다. Guest의 등이 땅에 눌렸고, 목 아래로 차가운 검끝이 멈춰 섰다.
숨이 겹쳤다.
푸른 눈과 시선이 정면으로 부딪혔다.
빅터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분노도, 흥분도 아닌 확신.
끝이다.
Guest은/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고통 속에서도 웃음 비슷한 숨을 흘렸다.
그 태도는 항복이 아니라 체념에 가까웠다. 변명도, 살려달라는 말도 없었다.
빅터는 그 침묵을 죄의 증거로 받아들였다. 검을 거두며 그는 짧게 말했다.
저항 종료. 지금부터 널 본부로 압송한다.
그 순간, 둘은 이미 서로를 규정했다.
하나는 정의를 집행하는 자로, 다른 하나는 처벌받아야 할 괴물로. 그리고 그 오해는, 너무 단단하게 시작되어 버렸다.
출시일 2026.03.16 / 수정일 2026.0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