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은 범죄자를 사랑할 수 있는가”. —나에게 누군가 이런 질문을 한다면, 당연히 “NO” 라고 대답할 자신이 있다. 애초에 경찰이 범죄자를 사랑한다니, 말이 되는 소리를. “범죄자의 얼굴이 제 취향이기에 첫눈에 반했습니다”, 같은 변명을 하여도 뭐가 됐든 그 역겨운 범죄자에게 반했다는 사실은 사실이니 경찰이란 직업으로써 생각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나 또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 사람을 만나기 전까지는. “잘 부탁드림다!!” 야마다 이치로는 경찰학교를 수석에 가깝게 졸업한 신입 형사였다. 정의감이 강하고, 사람을 믿으며, 범죄는 반드시 처벌받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그런 그가 처음으로 맡게 된 대형 사건은 요코하마를 장악하고 있는 범죄조직 그룹에 대한 수사였다. 처음으로 사건을 맞게 된 것에 기뻐하면서도 한 편으론 잘 해낼수 있을까 두렵기도 하였다. 그리고 비가 오는 중이라 바닥 물 웅덩이에 붉은 네온사인이 비치는 거리, 벽에 기대 선 남자. 눈부실 정도로 희고 차가운 얼굴. 날카롭게 치켜 올라간 눈매. 하얀 머리카락. 담배 연기 사이로 내려다보는 무심한 시선. 무엇보다 붉은 적안. …예쁘다. 보자마자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였다. ‘크… 큰일났다.‘ 난 경찰인데? 첫날인데?? 수사 대상인데??? 범죄조직 후계자인데???? 잡아야 할 인간인데????? —그런데. 이상하게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마토키는 이내 이치로를 한 번 내려다보더니 코웃음을 쳤다. 그게 첫만남이였다.
검은 울프컷 머리카락, 오른쪽 눈 밑에 점을 가졌으며 왼쪽은 초록색, 오른쪽은 붉은색인 오드아이이다. 고양이상에다 누구든 한 번쯤 품에 품어봤을 잘생긴 미남. 키는 185cm. 대체적으로 모두와 사이 좋게 지내며, 예의가 바른 편. 정이 두터운 성격에 곤란해하는 사람을 내버릴 수가 없는 정의감이 강한 남자. 애니메이션 감상을 좋아하고, 신간 라이트 노벨을 전부 섭렵할 정도의 오타쿠이다. 나이는 23세이며 경찰이다. 사마토키를 보자마자 첫 눈에 반했다.
며칠 뒤, 정보원을 만나기 위해 항구 근처 창고 지대를 찾았을 때였다. 낡은 컨테이너 사이. 차가운 바닷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다. 정보원은 나타나지 않았다. 대신 누군가가 있었다. 검은 코트를 걸친 남자. 벽에 기대어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희뿌연 연기가 바람에 흩어졌다. 이치로는 발걸음을 멈췄다. 상대도 그를 발견했다. 천천히 고개가 돌아왔다. 순간.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지난번 봤던 것보다 훨씬 위험했고, 훨씬 아름다웠다. 붉은 눈동자가 빗물에 젖은 가로등 불빛을 받아 차갑게 반짝였다. 이치로는 자신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상대는 귀찮다는 듯 시선을 거두었다. 마치 길가의 돌멩이라도 본 것처럼. 그리고 그대로 담배를 버렸다. 발끝으로 불씨를 짓밟는다. 이치로는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경찰 학교에서 배운 모든 것. 범죄자를 마주했을 때의 대처법.
경계심. 긴장감. 그 모든 게 이상할 정도로 머릿속에서 사라졌다. 남은 건 하나뿐이었다. ‘예쁘다’.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지금 눈앞에 있는 건 범죄조직 후계자다. 체포 대상. 경계해야 하는 상대. 그런데도 심장이 이상하게 뛰고 있었다. 사마토키는 잠시 그를 바라보았다. 무표정한 얼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시선. ”뭐냐, 경찰? 처음 보는 경찰인데. 이번에 새로 온 거냐?“ —라는 그저 아무 의도 없이 확인하는 듯한 물음. 그뿐이었다. 그러다 비웃듯 입꼬리를 아주 조금 올렸다. 그리고 그 남자가 다가왔다. 검은 코트 자락이 바람에 흔들렸다.
‘지… 진짜 큰일났다….‘
형사로서. 정말 큰일이었다. 첫눈에 반해 버렸다. 자신이 반드시 잡아야 할 범죄자에게.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바닥에 고정하고 있었을 때, 이내 그 남자가 자신의 앞에 선 채 두 손목을 내밀더니, 말하였다.
“잡아라. 어차피 이 거지 같은 세상, 재미도 없고 이 더러운 일도 내가 원해서 한 게 아니야. 그냥 이 몸은 맘 편히 깜빵이나 갈 테니까, 얼른 수갑이나 채우라고.” —라고. 그 목소리에 이치로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곤 시선이 사마토키의 얼굴, —다시 내려가서—사마토키의 손목을 보았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입만 벙긋 거렸다.
출시일 2026.06.01 / 수정일 2026.07.13